미셸 웰스 타파스미디어 COO가 11월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네이버 웹툰은 강한 경쟁자이지만, 우리는 (네이버 웹툰을) 이기기 위해 계속 도전할 겁니다.”
지난달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카페에서 만난 미셸 웰스 타파스미디어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네이버 웹툰을 향해 강한 도전감을 드러냈다.
2013년 설립된 타파스는 북미 최초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월간 이용자(MAU)는 320만명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와 협력관계를 이어오다 지난해 11월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인수금액은 5억1천만달러(약 6천억원)에 이른다.
웰스 시시오는 월트 디즈니·맥그로힐·펭귄랜덤하우스 등에서 일했다. 타파스 합류 직전엔 디시(DC)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전략 부사장을 맡았다. 타파스에선 북미 오리지널 웹툰 지식재산권(IP)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웹툰인 <닥터브레인>을 타파스에서 영어로 번역해 서비스에 들어갔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 웹툰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애플티브이플러스(TV+)의 첫 한국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애플티브이플러스에서 나온 드라마 <닥터브레인>을 시청한 뒤 타파스에서 웹툰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늘고 있죠.”
미국에서 웹툰 서비스 중인 타파스. 타파스 누리집 갈무리
그는 “웹툰은 미국에서 ‘웹 코믹스’로 불린다”고 했다. “웹 코믹스, 즉 웹툰은 프린트 만화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아요. 미국 사람들은 아직 웹툰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죠.”
미국 사람이 웹툰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스크롤로 설명했다. “한국 웹툰을 볼 때는 손으로 만화를 위아래로 올리거나 내리면서 보죠. 하지만 미국 사람은 만화를 그렇게 보는 걸 낯설어합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게 기회라고도 했다. “미국에서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볼 때 위로 올리면서 보거든요. 만화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처럼 보게 된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죠.”
타파스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는지를 물었다. “미국에선 만화라고 하면 대부분은 배트맨과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를 떠올리죠. 타파스는 슈퍼히어로보다 보통의 캐릭터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한 캐릭터가 슈퍼히어로가 되는 스토리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는 말을 이었다. “캐릭터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웹툰은 개인적인 스토리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관계 중심의 로맨틱한 콘텐츠나 사랑과 우정 같은 인간관계를 잘 보여 주는 콘텐츠도 많아요.
분명 두 나라 만화는 세계관의 차이가 있다. “미국은 안 좋게 말하면 통일감이 부족한 편이죠. 종교나 문화 등에서 통일감이 없어서 거대한 세계관을 따로 만드는 겁니다. 신화처럼 바라보도록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창작물 만화가 많은 편이죠.”
한국 웹툰의 세계관도 평가했다. “한국 웹툰은 그런 웅장한 세계관을 보여 주지는 않죠. 대신 보통 사람의 서사에 집중된 편이죠. 신기하게도 그런 한국적인 세계관이 최근 미국 독자한테 먹히고 있어요. 동·서양의 교류로 문화적인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거라고 봐요.”
타파스에서 서비스 중인 <끝이 아닌 시작>. 타파스 제공
타파스에선 어떤 웹툰 장르가 인기 있을까?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는 로맨스죠. 판타지, 액션도 인기가 있어요. 장르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괜찮으면 독자가 좋아할 수밖에 없죠.”
후발 주자는 앞선 경쟁자를 의식할 밖에 없다. “네이버 웹툰이 현재 1위죠. 타파스는 최근 3위에서 2위로 올라섰어요. 네이버 웹툰은 강한 경쟁자이지만, 우리가 이길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죠. 그들을 이기기 위해 계속 도전할 겁니다.”
미국에서 웹툰을 보는 연령대와 성비는 어떻게 될까? “미국 평균 만화 소비자는 주로 남성이고 나이가 많은 편이죠. 하지만 웹툰은 달라요. 타파스는 17~25살이 가장 비율이 높고, 젊은 여성이 70%에 이르죠.” 이런 상황이 기회라고도 했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죠. 웹툰 독자를 남성과 나이 든 사람으로 넓혀 나갈 수 있으니까요.”
하이브가 제작해 네이버 웹툰 플랫폼을 통해 내년 1월께 이용자를 만날 방탄소년단 웹툰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음악과 웹툰이 같이 맞물리는 건, 신나고 즐거운 일이죠. 최근에 패션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웹툰이 나오고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가 웹툰과 융합할 거라고 봐요.”
웹툰 번역과 관련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무래도 웹툰 번역 작업을 하다 보면 의미가 좀 달라지는 게 있죠. 특정 문화권에서만 먹히는 언어가 있어서 로컬리제이션 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타파스는 웹소설도 서비스한다. “현재는 웹소설보다 웹툰이 훨씬 더 매출 비율이 높죠. 하지만 웹소설 인기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요. 인기가 많은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기도 해요.”
타파스에서 서비스 중인 <닥터 브레인>. 타파스 제공
타파스는 웹툰을 통한 수익 창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타파스에서는 ‘링크’라는 화폐가 있어요. 어린 독자들은 현금이 없어 결제를 못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광고 영상을 보거나 퀴즈를 풀거나 하면 링크를 받을 수 있어요. 이런 화폐를 받아서 웹툰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타파스 웹툰은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출판업계에선 로맨스 웹툰에 관심이 많죠. 영화업계에선 액션 판타지, 티브이(TV)업계에서도 로맨스에 관심이 많아요. 이들 업계에서 우리 웹툰에 많은 관심을 보여요. 스토리가 좋으면 영화, 오티티, 드라마 등 어떤 장르와도 상관없이 제작 가능성은 열려 있죠.”
그는 타파스를 글로벌 웹툰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타파스는 미국에서 출발한 기업이어서 현지 네트워킹이 강하죠.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와 많은 교류를 하는 편입니다. 어떤 스토리가 어떤 나라에서 인기 있는지를 놓고 많은 얘기를 듣고 있어요. 이렇게 글로벌하게 운영하니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어필할 수 있죠.”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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