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작 <다다익선>을 구상할 당시의 백남준. 설치 공간인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로비홀 난간에서 천장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백남준(1932~2006)은 1960년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대중에 알려진 시각예술의 거장이다. 70~80년대 전자 영상 시스템으로 ‘일렉트릭 슈퍼 하이웨이’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위성 아트쇼 <굿모닝 미스터오웰> 등으로 인터넷 디지털 시대의 도래까지 예견했던 세계 현대미술의 큰 별이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다시 빛을 내뿜게 됐다.
한국에서 일본과 독일을 거쳐 미국으로 작품 무대를 옮기며 종횡무진 펼쳤던 그의 예술 인생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내년 미국에서 제작돼 전세계에 선보인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 <미나리>에서 함께 연기했던 재미동포 배우 스티븐 연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눈길을 끈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백남준 작가의 미공개 영상과 기록 보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내년에 제작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미디어그룹 바이스미디어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아만다 킴 감독이 작품을 연출하며, 스티븐 연과 힙합 스타인 팹 파이브 프레디(Fab 5 Freddy)가 총괄 프로듀서로 제작진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아직 제목이 확정되지 않은 백남준 다큐멘터리는 킨드레드벤처스, 시소픽처스, 옥토퍼스오리지널스, 교포(Gyopo) 등 제작사들이 손잡고 결성한 남준프로덕션에서 만든다. 백남준의 유산과 연관돼 제작한 최초의 공인 다큐멘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백남준이 어린 시절부터 전세계를 돌며 살아온 삶을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의 유력 기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으로 피해 유학 생활을 하다 1950년대 말 독일에서 본격적인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고, 1964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한 뒤 전위예술의 첨단에 섰던 그의 삶을 미공개 영상과 여러 거장과의 인터뷰로 복기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영화에는 백남준의 전위적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스승 존 케이지, 평생 예술 동지였던 독일 거장 요셉 보이스, 함께 연주 퍼포먼스를 벌였던 단짝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 교분이 깊었던 후배 예술가 오노 요코, 전위파 시인 알렌 긴즈버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백남준 예술의 최고 전문가인 기획자 존 행하르트 등과의 인터뷰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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