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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돌아온 ‘매트릭스’ 네오, 기억은 찾았지만…

등록 2021-12-21 18:20수정 2021-12-22 02:30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22일 개봉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999년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매트릭스>가 처음 개봉했을 때,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인류가 현실로 믿던 세계가 실제로는 거대한 매트릭스에 불과하다는 세계관은, 이 영화를 시뮐라시옹(Simulation)과 시뮐라크르(Simulacres) 같은 현대철학 개념은 물론 동양사상의 흔적마저 깃든 지적인 블록버스터로 만들었다. 또한 360도 모든 방향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공중부양 신과 중력을 거스르는 애크러배틱한 액션 신, 고속도로 추격 신을 위해 실제 도로를 건설하는 식의 초특급 세트와 압도적인 컴퓨터그래픽 등은 많은 아류작을 낳으며 <매트릭스> 3부작을 전설적인 에스에프(SF) 시리즈로 격상시켰다.

22일 개봉하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매트릭스: 레볼루션>(2003) 이후 18년 만에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재결합해 내놓은 속편이다. 가까운 미래, 세계 최고 게임회사의 개발자인 토머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은, 자신이 인류를 구원한 네오였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앞선 시리즈에서 겪은 모든 사건을 자신이 만든 매트릭스라는 게임 속 스토리였다고 믿는 앤더슨은 자주 찾던 카페 ‘시뮬라테’에서 트리니티(캐리앤 모스)와 똑 닮은 여성을 발견하지만, 자신의 상상력이 만든 캐릭터라는 생각에 말도 건네지 못한다.

영화 &lt;매트릭스: 리저렉션&gt;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프로그램의 반복을 통해 부활한 모피어스(야히야 압둘마틴 2세)는 매트릭스의 실체를 폭로하고 인류를 기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앤더슨을 찾는다. 그동안 자신이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의 세뇌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앤더슨은 네오라는 운명을 각성한 뒤 트리니티와 함께 에이전트들과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그러나 메시아도 세월을 피해갈 수 없는 법이어서, 중년의 네오는 예전처럼 하늘을 날지 못하고 젊은 에이전트와의 대결도 힘에 부친다. 이런 그에게 예전의 능력을 되찾게 해주는 힘은 결국 사랑이다. 전작에서 트리니티의 사랑으로 네오로 거듭났다면, <매트릭스: 리저렉션>에선 네오의 사랑으로 트리니티가 거듭난다.

영화 &lt;매트릭스: 리저렉션&gt;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초반 게임회사 대표가 앤더슨에게 “워너브러더스가 (매트릭스 게임) 속편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하는 대목이나, 게임 속편 개발을 위해 회의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이 앤더슨에게 “매트릭스는 난해해야 한다”고 하는 액자식 유머는, 이 영화의 제작 과정과 겹쳐지면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알 수 없는 매트릭스 그 자체를 은유하는 것 같다.

영화는 부활(resurrection)을 뜻하는 부제처럼, 초록색 폰트로 줌인해 들어가는 오프닝 등 전작의 주요 장면들을 곳곳에 오버랩하면서, 전작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몰입하도록 만든다. 다만 전작을 뛰어넘을 수 없는 속편의 운명도 여전하다. 전편에서 나온 화려하고 독창적인 액션 신은 별다른 고민 없이 반복된다. 길거리 추격 신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12개 블록을 모두 막고 촬영했다지만, 전반적인 액션 스케일도 아쉽다.

영화 &lt;매트릭스: 리저렉션&gt;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번 영화를 단독 연출한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슬픔을 달랠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했고, 그때 전작에서 죽은 네오와 트리니티를 되살리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작품 구상 배경을 밝혔다. 그는 “키아누와 캐리가 다시 함께 연기하는 광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들은 이 역할을 연기하기에 완벽한 나이”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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