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200%. 축구에 진심이라더니, 제작진은 아니었나 보다.
긴장감을 주려고 편집으로 경기 장면을 조작해 논란을 빚은 여자 연예인들의 축구 도전기 <골때리는 그녀들 시즌2>(에스비에스)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결과만 같으면 순서를 조작해도 되느냐는 제작진의 공식입장에 대한 비판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젠 믿고 볼 수 없다며 시즌 종료 요구도 나온다.
<골때리는 그녀들>은 지난 22일 구척장신팀과 원더우먼팀의 대결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다. 두 팀은 3대0으로 시작해 3대2, 4대2, 4대3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후반전 구척장신팀이 내리 두 골을 넣으며 6대3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실제 경기 흐름이 달랐던 것이다. 구척장신팀은 전반전에서 5대0으로 앞서나갔고, 후반전에서 6대3으로 가볍게 이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밝혀졌다. 누리꾼들은 화이트보드에 손으로 적은 점수와 티브이 화면에 자막으로 나온 점수가 다르다는 것과 같은 전반전인데도 관객석에 앉아있는 감독들의 위치가 장면마다 다른 점 등을 발견했다. 이에 <골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티브이 화면 속 점수와 화이트보드 수기 점수가 다르다. 온라인 커뮤니티 제공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내어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며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사과했다.
누리꾼들은 3대1의 상황을 2대1로 만들어 동점골을 넣는 것처럼 조작했다(지난 8월 시즌1 9회)는 등 지난 방송에서도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카메라가 있는 곳에 100% 리얼은 없다. 관찰 예능프로그램도 오늘 할 일 정도는 정한다. 요즘 시청자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독 <골때리는 그녀들>의 편집 조작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 이유가 바로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한 케이블방송사 예능 피디는 “사실 예능에서 재미를 위해 편집으로 순서를 바꾸는 경우는 많은데, 공정, 진심을 내세운 스포츠 예능이다 보니 편집으로 억지 감동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비난이 큰 것 같다”며 “결과를 떠나 예능에서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는 과정 자체가 울림을 줬는데, 그 과정을 뒤바꿔버린 것에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최여진도 프로그램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축구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더라. 이것만큼 진정성 있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비판도 “지금까지 인기 이유가 스포츠맨십 진정성이 기반이었는데 충격적이다” “예능은 조작 방송한다지만 그래도 축구, 스포츠 갖고 짜깁기 편집을 해서 억지 감동을 만들 줄은 몰랐다” 등 신뢰에 관한 내용이 많다.
<에스비에스>는 자사 누리집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오티티) 웨이브에서 22일 방송분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제작진은 “ 땀 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골때리는 그녀들>은 지난 2월 설 특집 맛보기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뒤 6월 정규편성됐다. 지난 18일 <에스비에스 연예대상>에서 ‘최우수 프로그램상’ ‘감독상’ ‘작가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줄 알았던 프로그램이 1주일 만에 제목 그대로 ‘골 때리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시청자는 “오랜만에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어서 이런 논란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 한번뿐이었는지, 아니면 계속 이렇게 해왔는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두는데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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