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풍납동 305-16번지 일대 삼표산업 전 공장 터의 시굴조사 유적 현장.
콘크리트 타설(레미콘) 업체가 쓰던 공장 땅속에서 백제 건축술을 대표하는 거대성벽의 흔적이 나왔다.
초기 백제 시대(기원전 18년∼475년) 왕성터로 유력한 서울 풍납토성의 서쪽 성벽 일부가 레미콘업체 삼표산업의 전 풍납공장 터에서 최근 확인됐다고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4일 발표했다. 성벽이 나온 땅(면적 6076㎡)은 풍납동 305-14번지 일대다. 원래 삼표산업 풍납공장 일부였다가 풍납토성 서성벽 복원지구에 포함돼 지난해 업체가 시 쪽에 내놓은 뒤 연구소가 연말 기초 시굴조사를 벌였다.
삼표산업 전 공장 터에서 나온 서쪽 성벽의 단면 흔적들을 가까이서 본 모습.
현장에서 드러난 성벽은 흙을 다진 뼈대 격의 중심 토루(土壘)를 쌓은 뒤 다른 토루를 덧대어 올리는 식으로 만들었다. 목재 등으로 짠 사각형 틀 안에 일정 두께의 흙층을 겹겹이 쌓는 ‘판축(板築)’ 방식을 썼다. 안쪽 벽은 강돌과 깬돌로 석축을 쌓으며 마무리했다. 성벽의 얼개와 형태, 진행 방향, 축조 방법, 잔존양상 등은 부근 서성벽 복원지구 발굴조사 내용과 거의 같다. 특히 성벽 진행 방향이 남쪽 성벽터부터 서쪽 성벽 복원지구 발굴조사 현장(옛 삼표사옥 터)을 거쳐 이번 조사 구역으로 이어지는 사실이 처음 드러난 건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연구소 쪽은 “풍납공장 전체 부지 반환을 대비한 예비조사 성격으로, 공장 전체로 조사 범위를 넓히면 당대 도로 등의 다양한 유적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표산업 전 공장 터의 풍납토성 서쪽 성벽 조사 현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풍납토성의 서쪽 성벽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쓸려가 사라졌다고 보는 게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옛 삼표산업 사옥 신축터 일부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시굴 조사하다 서쪽 성벽의 기초 부분을 찾아냈고, 2017~18년 연구소가 같은 구역에서 토성 서남쪽 내외벽 일부와 문터 추정 흔적을 잇따라 발견하면서 서쪽 성벽은 상당구간 남아있음을 알게 됐다.
1978년부터 풍납공장을 운영해온 삼표산업은 토성 복원과 정비를 위한 공장 터의 전면 이전과 보상을 놓고 현재 서울시, 송파구와 인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