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국외 독점 판권을 산 tvN 드라마 <불가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울고 디즈니플러스는 웃고.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열풍 이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공개된 케이(K)드라마가 더욱 각광을 받는 가운데, 작품별로 예상치 못한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케이드라마에 대한 국외 독점 판권 구매로 재미를 봐온 넷플릭스가 투자 실패로 쓴맛을 보는가 하면, 역사 왜곡 논란에도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드라마가 국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투자를 잘하기로 소문난 넷플릭스의 경우, 국외 독점 판권을 구매한 티브이엔(tvN) 드라마 <불가살>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이어가면서 체면이 구겨진 상태다. 6일 글로벌 오티티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전날 <불가살>은 세계 넷플릭스 티브이쇼 부문 100위권 바깥이다. 10위권 안에 든 나라는 한국(4위)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7위), 홍콩(8위), 대만(9위), 말레이시아(10위)가 전부다. 케이드라마 열풍을 이끈 넷플릭스를 등에 업고 190개국에 동시 공개했음에도 국외 시장 반응이 시원찮은 것이다.
한국판 크리처물을 내세우며 지난달 18일 시작한 <불가살>은 죽을 수 없는 한 남자가 600년간 환생을 반복하는 한 여자를 쫓는 이야기로, 지난 2016년 방영된 티브이엔 드라마 <도깨비>와 설정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가살>의 흥행 저조는 넷플릭스가 같은 방식으로 국외 독점 판권을 구매한 다른 드라마와 비교된다. 지난해 방영된 한국방송 드라마 <연모>, 티브이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방영 당시 세계 넷플릭스 티브이쇼 부문 10위권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디즈니플러스가 국외 독점 판권을 산 JTBC 드라마 <설강화>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반면,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설강화>는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티티 디즈니플러스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전날 <설강화>는 세계 디즈니플러스 티브이쇼 부문 14위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홍콩, 일본, 싱가포르, 대만, 한국 등 5개 나라에서만 공개했는데도 높은 글로벌 순위에 오른 것이다. 나라별로 보면, 홍콩과 대만에서 1위, 싱가포르 2위, 한국 3위, 일본 4위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북에서 내려온 간첩 임수호(정해인)와 여대생 은영로(지수)가 만나 겪는 일을 담은 드라마다.
디즈니플러스에서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방영 전부터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설강화>는 첫방송 이후 비판의 수위가 더욱 거세졌다. 1·2회에서는 간첩인 수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해 기숙사에 숨겨주는 영로의 모습이 담겼는데, 이를 두고 민주화 투쟁에 나선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 고문했던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시민단체가 제이티비시를 상대로 낸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는 일도 있었다. <설강화>는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률 1~2%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지난 2일 방송된 7회가 시청률 3.252%(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모양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