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에 동원됐던 말은 촬영 일주일 뒤 사망했다. 카라 제공
<한국방송>이 프로그램 출연 동물의 안전을 위한 제작가이드라인 조항을 새롭게 마련했다. 제작가이드라인에는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기본 원칙과 촬영 전 단계, 촬영 단계에서 지켜야 할 수칙과 동물 종별로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도 세부적으로 명시했다.
<한국방송> 쪽은 “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서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출연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작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기본 원칙 세가지 항목은 △동물 출연 시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의 동물 학대를 예방하며 보호해야 한다. △동물이 신체적으로 위험에 처하거나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을 연기 장면은 최대한 컴퓨터그래픽(시지)을 통해 구현한다. △인위적으로 상해를 입히지 않는다 등이다. 촬영 전 단계는 △동물 촬영을 관장하는 책임자를 지정하고, 말의 경우 이력사항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제작진과 연기자, 훈련자가 동물 연기 방식과 안전에 대해 합의하고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한다 등 8가지 항목이다. 촬영 단계는 △충분한 휴식시간 제공 △정해진 시간에 촬영하고 예정된 시간 초과하지 않는다. △위험요소 예상되는 장면에서는 수의사 상주 등 10가지 항목을 신설했다. 종별로는 △집고양이 △개 △조류 △어류 △말과 축산 동물 △파충류 △양서류 △곤충과 거미류 △영장류(유인원류, 원숭이류, 원원류) △야생동물의 주의사항을 세밀하게 마련했다.
<한국방송> 쪽은 “제작가이드라인은 동물보호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정부 및 관련 동물보호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영상산업 전반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동물을 안전하게 촬영하는 제작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한국방송>은 지난해 11월2일 사극 <태종 이방원> 7회에 방영된 이성계의 낙마 장면 촬영 과정에서 말 학대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은 말의 양 발목에 밧줄을 묶고, 앞으로 내달리게 한 뒤 줄을 당겨 고꾸라지게 했다. 이 과정에서 말은 몸통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혔고, 1주일 뒤 말은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태종 이방원> 뿐만 아니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동물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왔다. <한국방송>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제인 걸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됐다”며 “이번을 계기로 촬영 현장을 두루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쪽은 “5년 만에 부활한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출연 배우와 스태프 및 동물의 안전한 촬영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제작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시청자 여러분께 더욱 사랑받는 정통사극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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