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1500년 전 방충제? 백제고분 속 돌판 덮은 토기의 정체는?

등록 2022-02-23 18:29수정 2022-02-24 02:32

부여 백제왕릉원 4호분 ‘서상총’서 출토돼
나쁜 땅 기운 막는 예물 추정…방충제 가능성도
부여 왕릉원 4호분 무덤 입구에서 나온 돌판 덮은 토기 항아리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부여 왕릉원 4호분 무덤 입구에서 나온 돌판 덮은 토기 항아리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제공

백제인이 무덤에 넣은 방충제였을까? 땅의 기운을 다독이려고 묻은 지진구 예물이었을까?

충남 부여에 남은 백제시대 왕릉급 무덤 안에서 깬돌을 뚜껑처럼 덮은 토기 항아리 2점이 나왔다. 기존 백제 무덤에서 나온 토기류와 모양새는 물론 출토된 위치도 다른 정체불명의 유물이어서 용도를 놓고 학계에서 이견들이 나온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사비(부여)에 도읍했던 백제 후기(538~660)의 왕릉급 무덤들이 모여 있는 부여 왕릉원(옛 능산리 고분군)의 굴식 돌방무덤인 4호분 ‘서상총’(西上塚)을 발굴 조사한 결과, 무덤 입구부터 주검을 둔 묘실에 이르는 통로(묘도) 바닥 양쪽에서 깬 돌판을 위에 덮고 똑바로 세운 토기 2점을 발굴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두 토기는 높이가 49㎝ 안팎으로 모양새가 닮았고, 안에는 흙이 들어차 있었다. 백제인들이 만들어 내용물을 넣은 뒤 뚜껑 구실을 하는 돌판을 얹고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쪽은 “토기를 묻은 시점이 무덤을 쌓기 전인지, 관이 들어갈 때인지는 파악할 수 없다. 안에 들어찬 흙을 분석해 어떤 유기물이 들어갔는지 규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왕릉급 무덤의 진입통로 바닥에 뚜껑 덮은 토기를 묻은 건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워 백제 장례문화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유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소 쪽은 일단 건물을 지을 때 나쁜 땅 기운을 막는 예물인 ‘진단구’(鎭壇具)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학계 일부에선 무덤 속 시신이 벌레나 미생물에 의해 오염·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충제나 제습제 구실을 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출토 토기들을 실견한 박순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는 “고대 중국 무덤 유적에서 관 둘레에다 볶은 곡물이나 신 냄새가 나는 생선 삭힌 초액 등을 넣은 항아리를 둬 벌레가 꼬이는 것을 막은 흔적들이 보고된 사례가 있다”며 “장례용 제기나 예물보다는 시신의 보존을 위한 실용적 용도의 기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서상총은 일제강점기에 조사됐으나 도면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규모와 얼개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전형적인 사비도읍기 굴식 돌방무덤의 구체적인 얼개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연구소 쪽은 다음달부터 왕릉원 내 3호분 ‘서하총’(西下塚)을 조사할 예정이다. 왕릉원에는 일제강점기에 확인된 고분 6기와 50여년 전 보수 과정에서 확인된 고분 1기가 모여 있으나, 무덤 주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