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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소년범죄 냉철히 바라본 6개월, 서있을 힘 없을 만큼 연기했죠”

등록 2022-03-08 08:59수정 2022-03-08 11:50

인터뷰 ㅣ 넷플릭스 ‘소년심판’ 김혜수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소년심판>은 소년부 판사들이 마주한 소년 범죄의 실상을 통해 소년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와 어른들의 책임을 되묻는 10부작 드라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소년심판>은 소년부 판사들이 마주한 소년 범죄의 실상을 통해 소년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와 어른들의 책임을 되묻는 10부작 드라마다. 넷플릭스 제공

“<소년심판>은 미디어의 순기능이 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은 나오기 쉽지 않죠. 그래서 이 작품이 굉장히 소중했어요.”
37년차 배우의 언어는 신중하면서도 정연했다. 지난 4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김혜수에게는 한가지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이 체득한 지혜와 사려 깊음이 있었다. 그는 소중한 작품인 만큼 “제대로, 잘해내고 싶었다”고 했다.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하지만, 이 작품은 현장에서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했어요. 촬영 마치면 집에 돌아와 촬영했던 걸 다시 확인하고 또 준비했죠. 이걸 6개월간 반복했어요.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의 메시지, 이 작품이 가진 의미 덕분이었어요. 우리 사회가 가진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이 드라마가 제대로 만들어져,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실제로 사회가 개선되길 바랐죠.”

마치 <소년심판>의 심은석 판사처럼 자신의 목표와 의지가 분명하되, 이를 스스로 점검하는 태도가 그의 말에서 묻어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lt;소년심판&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소년범죄 혐오하면서도
실체·이면을 보려는 판사역
전국 소년부 판사 10여명 만나
인터뷰하고 재판 참관하며 연구

지난달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소년심판>은, 소년부 판사들이 마주한 소년 범죄의 실상을 통해 소년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와 어른들의 책임을 되묻는 10부작 드라마다. 신예 김민석 작가가 각본을 쓰고, 드라마 <명불허전> <디어 마이 프렌즈>의 홍종찬 감독이 연출했다. 7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넷플릭스 티브이(TV) 쇼 부문 전세계 9위에 오르며 선전 중인 <소년심판>에서 김혜수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았다.

“심은석은 소년 범죄를 혐오함과 동시에 소년 범죄의 실체를 냉철하게 바라보려고 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야 소년 범죄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이 태도는 <소년심판>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소년 범죄를 어떻게 봐야 하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점에서 심은석은 이상적인 판사죠.”

그의 말마따나 심은석은 “소년범을 혐오한다”면서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의 병원비를 내주거나 위탁센터에서 탈출한 소년범을 성매매 위험으로부터 구하는 등 자신의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이다. 전국 소년부 판사 10여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재판을 참관했다고 해도, 복합적인 판사 캐릭터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넷플릭스 시리즈 &lt;소년심판&gt;에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제공

“2화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인 서유리를 냉정하게 대하는 심은석을 보고 차태주(김무열) 판사가 ‘왜 그렇게 잔혹하냐. 유리는 보호해줘야 할 피해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리허설 때 무열씨가 대사를 하는데 마음이 흔들려버렸어요. 심은석은 차태주의 이런 말에도 자기 스탠스를 유지해야 하는데 말이죠. 또 소년 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심은석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피해자 가족 역을 맡은 배우들 연기가 정말 리얼해서 심은석으로 버티기가 힘들더라고요.”

이 드라마의 미덕은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처벌하지 않는 ‘촉법소년’ 문제를 비롯해, 소년 범죄 관련 예산과 인력 부족 등 현실을 두루 짚는다는 데 있다.

“사회·어른들 역할 생각할 기회
법과 시스템 개선 함께 필요”

“이 작품에 참여하고, 또 소년범 재판을 참관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소년 범죄는 단순한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현실에 맞게 소년법이 일부 개정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단지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소년 범죄가 왜 발생하는지 들여다보고 법 개정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함께 가야 합니다. 예산과 인력도 따라가야죠.” 소년 범죄 전문가를 방불케 하는 관록 있는 배우의 발언은, 그가 이 작품에 얼마나 몰입했는지를 방증한다.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 작품을 하고 나서 많이 달라졌어요. 사회 시스템과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소년 범죄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해요.”

넷플릭스 시리즈 &lt;소년심판&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좋은 드라마는 세상과 배우 모두에게 이롭다. <소년심판>은 그 한 예다. “맡은 역할 중엔 어른으로서 이상적인 모습이 담겨 있는 것들이 있죠. 대중은 그 모습을 보고 실제 김혜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은 면도 있죠. 어떤 어른이 돼야겠다기보다 살아가면서 당면한 것들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성숙해지길 바랄 뿐이죠. 이 나이를 먹고도 이러네요.(웃음)”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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