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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사형 직전까지 붙든 ‘가족 사진첩’ 고국 왔다

등록 2022-03-22 17:55수정 2022-03-23 02:34

안중근 의사의 부인 김아려와 두 아들 분도, 준생의 빛바랜 사진이 붙어 있는 사진첩. 표지를 비단으로 싼 이 사진첩은 안 의사가 옥중에서 숱하게 꺼내 보며 애장했던 유품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0년 한 일본인 소장가가 안중근 의사 숭모회에 사진첩을 기증한 사실이 22일 공개됐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안중근 의사의 부인 김아려와 두 아들 분도, 준생의 빛바랜 사진이 붙어 있는 사진첩. 표지를 비단으로 싼 이 사진첩은 안 의사가 옥중에서 숱하게 꺼내 보며 애장했던 유품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0년 한 일본인 소장가가 안중근 의사 숭모회에 사진첩을 기증한 사실이 22일 공개됐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구한말 대한제국 국권을 빼앗은 침략 원흉인 일본 초대총리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사살한 안중근 의사(1879~1910). 그가 사형 직전까지 옥중에서 꺼내 봤던 젊은 부인과 앳된 두 아들의 빛바랜 사진이 마침내 고국에 돌아왔다.

삼성그룹 산하 삼성문화재단은 안중근 순국 112주기(26일)를 앞두고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최근 안중근 의사 숭모회로부터 보존처리를 위해 인계받은 안 의사의 가족 사진첩과 친필 붓글씨 2점의 실물 사진을 공개했다.

재단 쪽은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세 유품의 수복과 보존을 위한 작업 공정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사진첩과 친필 글씨 작품을 포함한 안 의사 유품 48점이 2020년 1월 일본 소장자의 결단으로 안중근 의사 숭모회에 기증된 사실도 처음 언론에 알렸다.

공개한 유품들 가운데는 가족사진첩이 우선 주목된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열렸던 안 의사 친필유묵전 때 일본 야요이박물관 소장품으로 처음 세상에 소개됐던 유품이다. 비단으로 싸인 사진첩 안에 안 의사의 부인 김아려와 어린 아들 분도, 준생이 찍힌 빛바랜 사진이 붙어 있는데, 첩의 모서리가 크게 닳은 모습이 눈에 띈다.

재단 쪽이 낸 설명 자료를 보면, 이 사진은 의거 직후 일본 경찰이 촬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안 의사는 거사를 결행하기 전에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동지 정대호에게 부탁했다. 당시 평안남도 진남포에 살던 부인 김아려는 연락을 받고 두 아들 분도, 준생과 함께 하얼빈으로 갔으나 의거 다음 날 도착해 남편을 만날 수 없었다. 당시 한복 차림으로 하얼빈 시내를 배회한 부인 김아려와 아이들의 행적을 수상하게 여긴 일본 경찰이 현지 총영사관으로 연행해 조사하면서 가족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첩을 만든 이는 안 의사가 갇혔던 뤼순 감옥의 관리로 추정된다. 사형 판결을 받은 안 의사를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가족사진을 구해 붙인 비단 사진첩을 만들어 건넸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서리의 닳은 흔적은 안 의사가 수없이 꺼내 봤을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재단 쪽 관계자는 “사진첩은 안 의사의 재판 당시 통역을 맡은 소노키 스에요시란 인물이 안 의사로부터 직접 받거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후대 소노키의 딸이 일본 소장가에게 기증했다가 최근 고국에 돌아오게 됐다”고 전했다.

함께 보존처리 될 붓글씨 작품 2점은 사형 집행 직전인 1910년 3월께 쓴 것으로 추정된다. ‘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란 뜻의 ‘천당지복영원지락’(天堂之福永遠之樂)이란 천주교 신앙 관련 글귀가 쓰인 작품은 사진첩과 함께 2020년 일본인 소장자가 기증했다. 최초 소장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높은 뜻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뜻의 <논어> 문구 ‘지사인인살신성인’(志士仁人殺身成仁)이 쓰인 또 다른 글씨 작품은 1910년 공판 과정을 취재한 도요신문 통신원 고마쓰 모토고에게 준 것이다. 고마쓰가 1921년 일본으로 가져갔고, 후손이 2016년 11월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했다.

안중근 의사의 친필 글씨 작품. 왼쪽 작품은 ‘천당지복영원지락’, 오른쪽 작품은 ‘지사인인살신성인’이란 글귀가 각각 쓰였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안중근 의사의 친필 글씨 작품. 왼쪽 작품은 ‘천당지복영원지락’, 오른쪽 작품은 ‘지사인인살신성인’이란 글귀가 각각 쓰였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사진첩은 현재 연결 부분이 끊어졌고 모서리 부분이 많이 해진 상태다. 손상 부분을 수리해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복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두 글씨 작품들은 종이와 족자를 꾸미는 장황천을 천연 소재로 바꾸고 수년간 숙성시킨 풀로 다시 배접하기로 했다. 재단 쪽은 “예산과 인력이 달려 보존처리 하지 못하는 독립운동 유산들을 찾아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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