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원, 정비된 경주 월성 해자를 공중에서 내려다본 모습. 월성 성벽 아래 둘레로 띠처럼 연못들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신라 왕성으로 천년 가까이 건재했던 경북 경주 월성 유적엔 성터를 둘러싼 방어용 연못 ‘해자’(垓子)가 남아있다. 연못 바닥에서 신라인들이 썼던 행정문서인 한자 적힌 나무쪽(목간)과 동물 뼈, 토기를 비롯한 각종 생활 용기 등이 숱하게 나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라 역사의 타임캡슐 저장고로 꼽혔던 이 명물 해자가 최근 온전한 옛 모습으로 단장돼 내달부터 선보이게 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38년 동안 월성 북쪽 해자 권역에서 벌였던 발굴 작업을 지난해 마무리하고 3년간의 복원 정비사업을 거쳐 31일부터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28일 발표했다.
해자 복원은 신라왕경 유적 복원 정비사업의 핵심 중 하나였다. 2018년부터 101억원의 예산을 들여 재현, 정비된 해자의 폭은 최대 40m, 길이는 550m에 달한다. 땅 밑에 묻혔던 연못 구덩이와 고신라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면모를 유적 층위별로 고루 복원한 것이 특징이다. 후대 땅 밑에 묻히면서 허물어졌던 연못의 구덩이와 돌을 쌓은 석축들을 되살렸다. 위쪽에 부분적으로 남았던 통일신라시대 석축의 형태도 최대한 재현하고 물을 채웠다. 아울러 주위엔 관객 탐방로와 경관 조명 시설, 순환식 용수설비 등을 새롭게 갖췄다.
경주 월성해자 재현 정비 조감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월성 해자는 1984년 시굴조사에서 처음 확인된 뒤로 지난해까지 발굴 작업이 이어져 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그간 조사 내용들을 분석한 결과 7세기 신라의 삼국통일을 기점으로 해자의 얼개와 모습이 상당 부분 바뀌었음을 알게 됐다. 7세기까지는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물을 채운 연못이었다가, 8세기 이후에는 구덩이 해자 윗부분에 돌 기단을 쌓고 물을 가둔 석축(石築) 해자로 변모한 것이다. 수혈 해자의 방어 기능에 경치를 꾸미는 조경 요소를 덧댄 것으로 해석된다.
해자 조사 과정에서는 목간을 비롯해 수많은 씨앗과 동물 뼈, 약 1600년 전 만든 것으로 보이는 나무 방패와 목제 배 모형 등이 출토되면서 신라 생활문화사 연구에 획을 긋는 사료들을 쏟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유적을 조사해온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쪽은 “남쪽으로 자연해자 구실을 하는 남천이, 북쪽으로는 인공해자가 월성을 감싼 모습을 재현해 해자의 옛 기능과 모습을 회복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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