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현영이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페미니스트가 맞는지 해명하라’는 온라인 괴롭힘 대상이 됐다.
발단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에스엔엘(SNL)코리아> 시즌2 ‘주기자가 간다’ 꼭지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 던진 질문이었다. 정치풍자극인 해당 꼭지에서, 주 기자는 안 의원을 향해 “여자 남자 편 가르기 좋아하는 하버드 나온 양아들 대(vs) 무면허 운전, 음주 운전, 경찰관 폭행 좋아하는 힙합하는 사고뭉치 양아들” 중의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풍자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누리꾼이 이러한 질문 장면을 갈무리(캡처)한 이미지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하며, 이준석 대표를 향한 “여자 남자 편 가르기”라는 극 중 표현은 ‘페미니스트 입장’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더해 과거 주현영이 개인 에스엔에스(SNS)에서 한 페미니스트 웹툰 작가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미지를 첨부하며, 주현영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에 불을 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페미 낙인’은 주현영의 개인 에스엔에스상 ‘검열’ 댓글로 이어졌다. “페미 논란 해명 바랍니다”, “극성 페미”, “페미신가요?”, “(앞으로) 방송 안 볼게요” 같은 괴롭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여성 연예인을 향한 ‘페미 낙인’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온라인 괴롭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우 서지혜, 아이돌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 등이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사실을 밝혔다가 온라인 괴롭힘을 겪었다.
이런 온라인 괴롭힘은 여성 연예인을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연예인이 ‘콘텐츠 소비자인 나’의 생각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발 온라인 괴롭힘을 ‘폭력’이 아닌 가십성 ‘논란’으로 다루며,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재생하는 것도 악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합리적 주장을 기사화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연예인을 ‘동료 시민’으로 보고,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도 자율적 주체로서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표현할 수 있는 건데, 연예인이 페미니스트인지 여부를 검열할 수 있고 검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 자체가 인권 침해 문제”라면서 “언론이 논란을 부추겨 소속사나 제작사 등에서 사과하는 결과로 이어지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 인권 침해와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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