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제공
한국 영화의 큰 별인 배우 강수연씨의 별세 소식에 영화계 인사들과 팬들은 깊은 슬픔과 애도를 나타내고 있다. 빈소에는 고인을 추억하는 영화계 관계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일 치러지는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별세 이틀째인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조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영화계 인사들이 주로 빈소를 찾았고, 공식 조문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오전 9시30분께 다시 빈소를 찾았다. 지난 5일 고인이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직후 병원을 찾은 김 이사장은 최근까지 고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강수연은 한국 영화계 최초의 ‘월드스타’였다. 연합뉴스
그는 전날 임권택 감독 부부, 배우 문소리,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고인의 마지막 영화 <정이> 제작진 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밝히며 “너무 갑작스러운 비보라서 안타깝고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인에 대해 “영화계 최초의 ‘월드스타’로서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그 뒤에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영화계와 한국 영화산업에도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조문이 시작된 오전 10시께부터는 전날에도 빈소를 찾았던 배우 문소리, 봉준호 감독, 고인과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예지원, 배우 박정자 등 영화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 안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김부겸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가 놓였고, 빈소 앞과 복도 한쪽에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우 전도연·강동원·마동석 등이 보낸 조화도 보였다.
배우 강수연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이곳 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장례위원회는 영결식을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은 장례위원회에는 동료 영화인 49명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 이창세 제작자와 배장수·오동진 평론가가 대외업무를 맡기로 했다.
강수연의 1989년작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스틸컷. <한겨레> 자료사진
갑작스러운 비보에 영화계 인사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블랙잭>(1996)을 함께한 정지영(76) 감독은 처음 봤을 때 고등학생이던 강씨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감독이라면 어려워했는데 자기 할 말을 똑똑히 다 해서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강수연 이전에는 아무에게도 ‘월드스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칸과 베네치아에서도 안타까워할 것”이라며 “한국 영화의 귀중한 자산이었는데 너무 일찍 가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유작이 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지난 1월까지 함께 찍은 연상호 감독은 고인을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분”이라고 표현했다. 연 감독은 “선배님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추모했다.
전날 백상예술대상 수상 무대에서 강수연의 쾌차를 빌었던 류승완 감독도 애도를 표했다. “제 영화 <베테랑>(2015)에서 주인공 서도철이 부패 형사에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고 말하는 대사는, 김동호 위원장님의 사진전 참석 후 뒤풀이에서 강수연 선배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기억했다가 쓴 대사였다”라며 고인에게 “그동안 좋은 작품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편안히 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수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발전에 헌신했다. 연합뉴스
고인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부산국제영화제 쪽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셨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고인의 노고를 기렸다. 그러면서 “그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주국제영화제 쪽도 “한국 영화의 빛나는 별이었던 강수연 배우의 영면을 추모한다”며 “그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유산을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쪽 역시 “독립영화계에 보내주신 따뜻한 관심과 애정에 늘 감사했다”며 “한국 영화의 진정한 리더이자 영웅, 배우 강수연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연예계 선후배들을 비롯해 팬을 자처한 방송인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영화감독 겸 배우인 양익준은 인스타그램에 “누나 같았고 따뜻했고 사랑스러웠던 분이 돌아가셨다. 누나라고 한번 불러봤어야 했는데”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봉태규 역시 “선배님 편히 잠드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가수 윤종신과 작곡가 김형석도 각각 “편히 잠드셔요. 오랜 시간 감사했습니다”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길 빌었는데. 그곳에선 편히 쉬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표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속 윤주를 보며 울었고 부산영화제 등 한국 영화계를 지키는 카리스마에 감탄했는데, 이제 다시 연기 활동을 재개하신다기에 큰 기대를 가졌는데, 너무 허망하게 가시네요. 하늘에서 한국 영화 발전 지켜보며 영면하시길 빕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고인은 7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지난 5일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