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송해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방송>(KBS1)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전국노래자랑>(한국방송1) 후임 진행자 선정 문제다. 송해는 1988년부터 34년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6개월 정도 쉰 것을 제외하고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았다. 그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송해 1927>에서 “(<전국노래자랑> 녹화 때문에) 아침은 출장을 간 지역에서 맞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의 삶 자체가 이 프로그램과 함께였다.
그런 만큼 후임자 찾기가 만만치 않다. 송해의 구수하고 푸근한 색에 덧칠하기가 쉽지 않다. <전국노래자랑>은 송해가 건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도 대체 진행자를 투입하며 그를 기다려왔다. 지난 4일 재개한 야외 녹화에서도 송해를 대신해 이호섭 작곡가와 임수민 아나운서가 임시 투입됐다. 시청자의 ‘충성도’도 높다. <전국노래자랑>은 1994년 진행자를 송해에서 김선동 아나운서로 교체했다가 시청자 항의가 폭주해 6개월 만에 그를 복귀시키기도 했다.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여러 후보를 두고 적임자를 물색 중이다. 송해는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이을 진행자로 이상벽과 이상용, 임백천, 이택림 그리고 올해 초 세상을 떠난 허참을 언급한 바 있다. 시청자들도 코미디언 이수근, 탁재훈 등 재치 넘치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황기순, 이용식 등도 거론된다.
한편에서는 송해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후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간을 갖자는 의견도 있다. 이상벽은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노래자랑>을 (송해 선생님보다 더 잘) 이끌어 갈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한겨레>에 “누가 진행을 하든 ‘내 색깔’로 바꾸기까지 초반에는 힘든 점도 있겠지만, 송해 선생님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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