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20년 지나서야 그 노래의 맛 알았네 ‘위스키온더록’

등록 2022-06-11 09:00수정 2022-06-11 11:38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우리들의 블루스’ OST 최성수의 원곡
티브이엔 제공
티브이엔 제공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는 닮은 점이 많다. 둘은 같은 날(4월 9일) 방영을 시작했고 방송국에서 생방송이 나간 후 바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같다. <나의 해방일지>가 얼마 전 먼저 종영하면서 커플 방영은 끝났지만. 극본을 쓴 노희경, 박해영 둘 다 열성팬을 거느린 개성파 작가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누구 하나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넝쿨처럼 엮어내는 형식도 닮았다. 오늘 칼럼에서는 또 하나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 모두 도드라지는 음악이 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너바나의 2집 앨범 <네버마인드>가 영화 <기생충>의 수석마냥 떡하니 등장한다. 이 앨범은 조태훈(이기우)이라는 캐릭터의 영혼 안식처인 셈인데 염기정(이엘)과 로맨스를 맺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앨범 재킷도 몇 번이나 등장하고, 두 인물이 음악을 들은 감상을 나누는 장면도 나온다. 너바나라는 밴드가 청춘의 우울과 분노를 대변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드라마와 몹시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너바나에 대해서는 필자가 다른 칼럼에서 다룬 적 있으니 (아재음악열전 : ‘아재들의 음울한 신, 너바나’) 이쯤하고 <우리들의 블루스>의 음악으로 넘어가보자.

<우리들의 블루스> 주제가는 최성수의 노래 ‘위스키 온 더 록’이다. 이 노래는 ‘동행’, ‘해후’, ‘풀잎사랑’. ‘남남’ 등의 히트곡들과 달리 발표 후 여태껏 별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 노래가 처음 나온 건 20년 전인 2002년. 앨범 <뉴 앤드 베스트>의 타이틀곡이었는데, 필자가 연출했던 프로그램에 최성수가 출연해 라이브로 열창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당시 아직 20대였던 필자는 이 노래에 담긴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노래가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제가가 된 이유와 같다. 이 노래는 철저하게 중년의 감성에 호소하는 노래니까. 등장인물 대부분이 40대 후반으로 설정된 <우리들의 블루스>와 딱이다.

무척이나 공들여 만든 노래여서 지금 들어봐도 20년 전 노래 같지 않다. 악기 편성도 연주도 세련되었다. 게다가 특정 장르에 쉽게 넣기 어려울 만큼 독창적이다. 일반 가요도 아니고 트로트도 아니고 록음악도 아니다. 재킷도 꼭 감상해주기를 바란다. 가요계에서 느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느와르 영화 주인공처럼 분장하고 처연하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렇게 물어보는 것 같다.

“내 노래와 내 눈빛 중에 어느 쪽이 더 느끼하니? 말해봐….”

최성수
최성수

당시 40대에 막 접어든 최성수가 직접 작사 작곡한 이 노래의 내용은 이렇다.

‘나는 중년 남자다. 오늘이 생일인데 하필 비가 내리네. 누군가와 함께 생일을 축하하는 대신 혼자 찾은 곳은 카페. 위스키 한 잔을 비우자 종업원이 새로 술잔을 건넨다. … 그래.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군.’

중간 가사는 왜 다 줄여놨냐고? 차마 옮겨 적기가…. 그 부분은 지금 검색하면 심의를 위해 수정됐다. ‘…내 맘 나도 모르게 차가운 얼음으로 식혀야 했다’고. 상당히 건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다시 보니 말줄임표가 또 필요하다.

최성수는 원래 가사에 미련이 많이 남은 듯하다. 음원은 비교적 건전하게 가사를 바꾸어 녹음했지만 무대에서는 원래 가사 그대로 부른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끈적이는 창법이 라이브에서는 더 끈끈해지는데 감당되시는 분들은 찾아들어보시길.

노래나 영화 혹은 드라마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어딘가.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 모두 위안을 받았다는 감상평이 많다.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가 꼭 나 같아서 감정이입이 되었다는 얘기들도 많이 하던데, 등장인물 중 누구와도 공통점이나 감정이입이 없었던 필자조차도 묘한 위안을 받았다. 이 감정의 정체가 뭘까 헤아려봤더니 감사함이었다. 그때 내 곁에 있어준, 그리고 지금 함께 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아직 안 보신 독자님들이 있다면 추천드린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