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군대서 축구하는 얘기가 통한 이유

등록 2022-08-06 08:00수정 2022-08-06 20:37

tvN <군대스리가> 손창우 피디
손창우 피디. 티브이엔 제공
손창우 피디. 티브이엔 제공

여성들이 싫어한다는 남성들의 수다 ‘넘버원’은 뭐다?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 웃자고 하는 말들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티브이(TV) 예능으로 만든 용감한 프로그램이 있다. <티브이엔>(tvN)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8시40분에 방영하는 12부작 <전설이 떴다-군대스리가>다. 2002년 월드컵 국가 대표로 구성된 ‘레전드 팀’이 군부대를 돌며 군인들과 축구 시합을 한다. 진짜다! 남성들이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다.

이건 시작부터 여성 시청자를 포기하고 간다는 뜻인가? 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어디서? “하하하. 여성 시청자를 배제하고 프로그램을 만들 순 없죠. 티브이 시장의 주중 시간대는 여성들의 공간인걸요. 남녀가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생각했어요.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이지만, 2002년 월드컵 레전드 선수들이 나오니까 서사와 추억이 있어서 남녀 모두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서울 상암동 씨제이이엔엠(CJ ENM) 사옥에서 만난 손창우 피디가 말했다.

&lt;군대스리가&gt;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군대스리가>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군대스리가>는 유튜브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 방영한 콘텐츠를 티브이로 가져와 <티브이엔>이 규모를 키워 제작했다. 유튜브에서는 중계 형식이었다면, 티브이에서는 경기 전후 모습과 작전타임 등 생생함을 살리는 볼거리를 더했다. 워크숍, 선수 섭외 모습 등 ‘레전드 팀’의 일상도 엿볼 수 있다. 월드컵 당시 숨은 일화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덕분인지 11회가 방영된 5일 현재 시청률 2%대(닐슨코리아 집계)를 유지하면서 선방 중이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프로그램 성격을 고려하면 반응이 좋은 편이다. 월요일 예능프로그램 총 14개 중에서 시청률 순위 7위(최근 회차 기준)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케이비에스 조이, 0.9% 10위)처럼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보다도 앞선다.

제작진에 따르면 주요 시청층은 남녀 40~50대로, 여성한테도 통했다. <군대스리가>는 서사가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출연하는 다른 예능프로그램보다 눈에 띈다. 이제는 40~50대가 된 ‘2002년 월드컵 영웅’들이 체격 좋은 20대 군인들과 몸을 부딪치며 전·후반 약 40분씩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재미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해병대 선수들이 골대를 향해 달려오면 과거보다 몸이 느려진 이운재 선수가 막아낼 수 있을까, 보는 이들의 가슴도 콩닥콩닥 뛴다. 정경호 선수는 방송에서 “2002년 월드컵 당시 젊은 형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럴 때는 시청자들도 그때로 돌아가 있다. 30분을 뛰고 힘들어하는 최진철 선수를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함께 느낀다. 최진철 선수는 우리의 부모, 지금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티브이엔 제공
티브이엔 제공

손창우 피디는 “선수들은 개인 훈련도 하고 체중 관리를 하며 프로그램에 진심으로 임한다. 은퇴 11년차인 이을용 선수는 첫 경기를 치른 뒤 쉬는 2주 동안(격주 촬영) 근력을 기르려고 계단 오르기를 무한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레전드 선수들이지만 2002년 월드컵 영웅을 섭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남일, 박지성, 황선홍, 설기현 등 현재 학교 축구팀을 맡거나 국외에 있는 등 사정이 있는 선수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이천수, 이운재, 김태영, 최진철, 송종국 등 현 출연진도 한번에 출연 결정을 하지 않았다. 손창우 피디는 “여러번 만나 설득했다. 유튜브 <군대스리가>에 출연한 분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 처음 나온 이을용, 이운재 선수는 1~2주 고민했다”고 말했다. 올해가 월드컵 20주년이고, 2002년 선수들이 ‘원팀’으로 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등 축구에 대한 진심이 마음을 움직였다. 프로그램이 초반부터 관심을 끌고 레전드 선수들의 호흡이 재미를 주면서 출연을 고려하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계속되면 더 많은 영웅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진다.

티브이엔 제공
티브이엔 제공

<군대스리가>는 군부대에도 일상 속 활기가 됐다. 그동안 해군 특전단, 미군 부대 등을 방문했다. 한두달 전부터 연습하는데, 1회는 해병대사령부가 전국 해병대에서 선수를 차출해 팀을 꾸릴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제작진한테는 군부대 촬영이 쉽지는 않다. 스태프 약 150명의 명단과 코로나 검사 결과를 보내야 한다. 하루 전날 촬영이 취소되기도 한다. 부대에서 선수 명단을 보내오면 “너무 아니다 싶은 선수”를 빼야 할 때도 있다. 어떤 선수? “투스타가 경기를 뛰겠다 그러면 이건 좀….” 쇼트폼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티브이 예능프로그램도 시즌제가 일반화됐다. 전후반 합쳐 약 80분 동안 진심을 다해 축구하는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잠깐!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를 여성들이 싫어한다는 것도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