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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1200살 넘긴 해인사 쌍둥이 불상 국보 문턱에

등록 2022-09-01 14:29수정 2022-09-02 16:50

국내 나무불상 중 최고령 결론
문화재청 국보 지정 예고 발표
해인사 대비로전에 함께 봉안된 쌍둥이불. 문화재청 제공
해인사 대비로전에 함께 봉안된 쌍둥이불. 문화재청 제공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경남 합천 가야산의 큰 절 해인사에는 한국 불교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명작이 있다.

대비로전이란 경내 큰 절집에 함께 안치된 두 구의 목조비로자나불상이 그것이다. 섬세한 조각 기법에 고귀한 기품이 느껴지는 두 불상은 17년 전인 2005년까지 원래 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 건물의 일부인 법보전과 대적광전에 따로 모셔져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5년 절 쪽에서 법보전 불상을 조사한 결과가 공개되면서 같은 거처에 모시게 되었다. 법보전 불상의 몸체 속 안벽에 붙은 나무판에 신라 헌강왕 치세기인 883년에 조성했다는 먹글씨 명문이 발견돼 이땅에서 나무로 만든 옛 불상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1200살 나이를 먹은 불상임을 알게 됐고 대적광전 불상과는 빼닮은 쌍동이불임이 확실하다고 당시 절 쪽에서 발표하면서 떨어질 수 없는 단짝이 된 것이다.

애초엔 조선시대 불상으로 알려졌다가 2000년대 이후 통일신라 불상으로 추정되면서 나이가 확 늘어난 쌍둥이 불상이 마침내 나라의 국보 문턱까지 이르게 됐다.

문화재청은 2012년 국가 보물로 지정됐던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과 ‘해인사 대적광전의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두 불상의 몸체 안에서 각각 나온 복장유물들에 대해 1일 국보지정을 예고했다. 비로자나불은 불교의 경전 <화엄경> 등에서 중생을 구원하는 최고의 격을 지닌 빛의 부처로 등장한다. 두 다리를 꼬고 앉아 오른손으로 왼쪽 검지를 감싼 지권인(智拳印)의 손갖춤을 한 것이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절 쪽에서 두 불상의 국보지정을 신청한 뒤 문화재위원들과 정밀조사를 벌여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후반에 두 불상이 제작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절이 802년 창건된 사실에 비추어 법보전 및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상이 창건 시기와 머지않은 시점에 조성되었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불이자 절의 화엄사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입증됐다는 것이다.

청 쪽은 두 상이 가장 오래된 목조불상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조각품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비로자나 부처의 수인(手印)을 하고 한쪽 어깨를 드러낸 옷차림, 둥근 얼굴과 당당한 신체 표현, 신체를 자연스럽게 감싼 옷 주름 등은 9세기 석굴암 본존불을 연상시킬 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 비로자나불좌상. 문화재청 제공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 비로자나불좌상. 문화재청 제공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 비로자나불 좌상. 문화재청 제공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 비로자나불 좌상. 문화재청 제공

보도자료를 보면, 복장유물 또한 한국불교사와 미술사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자료로 꼽힌다. 해인사는 1489~1490년 조선 왕실의 후원을 받은 당대 최고의 고승 학조대사에 의해 중창됐는데, 복장유물에는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까지 이루어진 불상 중수 과정에서 추가로 납입된 전적류와 각종 직물들이 들어 있었다. 특히 1490년 불상을 중수하면서 불상 몸체 속에 넣은 복장유물들은 조선 초 왕실 발원 유물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완벽하게 보존된 복장유물 용기인 후령통(候鈴筒)을 통해 16세기 <조상경(造像經)>이 간행되기 전에 복장물의 종류와 이를 넣는 안립(安立)절차가 이미 정립됐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가야시대 상형토기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사슴 모양 뿔잔. 풍성한 몸체 엉덩이의 왼쪽 끝부분에 사슴 특유의 짧은 꼬리까지 절묘하게 표현했다. 문화재청 제공
가야시대 상형토기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사슴 모양 뿔잔. 풍성한 몸체 엉덩이의 왼쪽 끝부분에 사슴 특유의 짧은 꼬리까지 절묘하게 표현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지난 2019년 경남 함안 말이산 아라가야 고분군 45호분 묘실에서 출토된 사슴 모양 뿔잔 등의 상형도기 5점과 강원도 속초 신흥사의 <영산회상도>, 고려~조선시대 불교 문헌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과 <법화현론> 3~4권은 국가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지정 예고된 말이산 고분 출토 상형도기들은 집 모양 도기 2점, 사슴 모양 뿔잔 1점, 배 모양 도기 1점, 등잔 모양 도기 1점이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여러 점의 상형도기가 한 벌을 이뤄 출토된 경우가 드물어 고고학적 의의가 크다. 당시 가야인들의 창고와 배를 그대로 구현한 집과 배 모양 도기는 당대 건축구조와 선박 연구에 중요한 단서다. 유려한 사슴 모양의 뿔잔과 아라가야 특유의 불꽃 모양 뚫음무늬가 표현된 등잔 모양 도기는 조형성이 탁월한 가야 도예사의 대표적 명품으로 꼽히고 있다. 문화재청은 30일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 및 보물 지정을 확정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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