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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해외시장에 팔 ‘이경은 작품’ 만들고싶어

등록 2005-01-05 18:15

⑤ 안무가 이경은씨

1997년 어느 날 국립극장 야외무대에서 춤을 추고 난 뒤 한 기자가 물었다. “아니, 그렇게 뚱뚱해도 무용을 할 수가 있어요?” 이경은이 대학을 졸업하고 춤 무대에 정식으로 얼굴을 내비친 이듬해에 있었던 일이다.

32살의 무용수 겸 안무가인 이경은. 예술고를 나오지 않고, 재수를 한 끝에 한양대 무용과에 입학해서 현대무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씨는 당시 “중성적 춤사위는 물론 체형까지 주류 밖”이었다. 그런 그를 나라 밖이 먼저 주목했다. 게다가 우리 무용계가 더더욱 취약한 안무 쪽이어서 그 이름이 값지다.

일본의 ‘댄스 비엔날레 도쿄’(2002년)를 첫 국외무대로, 프랑스 ‘몽펠리에 무용 축제’ 안무 과정(2002), 화이요몽 재단 주최의 ‘세계 젊은 안무가 워크숍’(프랑스, 2003)에 연이어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러더니 지난해 2월 <오프 데스티니>로 ‘제18회 독일 슈투트가르트 솔로댄스 페스티벌’에서 200명과 다퉈 안무 부문 최고상을 거머쥐고 돌아왔다. 매해 예술계에 재정지원(기금지원사업)하는 문예진흥원이 올해 이씨한테 2개 부문(예술창작, 국제교류)에 걸쳐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 가능성과 성과를 인정한 것이다.

허약한 국내 안무계에 당돌한 ‘반란자’ 가 나타났다
톡일축제서 안무상 쥐더니 4월 6월 7월엔 파리 세네갈 스위스로…
“올해가 시작입니다”

지난 4일 서울 포이동 밀물아트센터. 2월 예정인 밀물현대무용단(밀물) 20돌 기념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이씨는 밀물 출신 4명의 안무가가 한 대목씩 짜는 울력 작품인 <찬기파랑가>에서 15분을 맡았다. 신라 화랑이 소재인 만큼 무용수는 바닥을 북 삼듯, 발디딤에 힘이 넘치고 동선은 연습실의 양끝을 오가며 다채롭다. 이 해, 제 계획을 춤사위로 짜면 딱 그쯤 되리라.

%%990002%%4월 파리의 ‘그랑 아틀리에’에선 그리스 음악가와 함께 장르간 주종관계를 철저히 배제하는 실험 무대를 꾸민다. 이종 장르의 새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현대무용의 대가라 불리는 수잔 버지가 이끄는 화이요몽 재단이 지구촌 무용인과 음악가를 3명씩 불렀다. 동양인은 그가 유일하다. 지난해 1월 자비로 만든 를 6월 ‘세네갈 다카 페스티벌(KAAY SECC)’에서 선보인다. 7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시떼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아 간다.

“그간 운이 좋았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정보도 사람도 국경을 넘기 어렵지 않잖아요. 그 덕에 나라 밖으로 나가는 일이 그저 즐겁기만 했어요. 그런데 이젠 책임감을 느낍니다. 대중의 입맛에 무게를 뒀던 작품 성향도 바꿀 겁니다. 올해가 그 시작입니다.” 겸양과 욕심을 가로지르는 이 한 마디에 국내 무용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자의식이 오롯하다. 천상 국외 축제에 직접 작품 세일즈를 하고, 인맥을 쌓아왔던 ‘독립군’인 것이다.

지난 2000년, 춤을 배우려고 미국(댄스 스페이스 센터)에 갔다가 선생의 권유로 6분짜리 <모모와 함께>를 만들면서 외려 안무의 세계에 빠져버린, ‘내적 반란’을 경험했던 이씨가 5년 만에 스스로 꾀한 모반은 이렇다. “이제 대중성보다 깊이 있는 작품, 해외 무대 경험에 만족하는 게 아닌 해외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made in 이경은’의 레퍼토리를 만들고 싶다.”

이씨는 7월에 열릴 ‘제5회 나고야 국제무용콩쿠르’의 문을 또다시 두드린다. ‘꿈’을 위해 치열하게 검증받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올 3월 <오프 데스티니> 국내 초연을 포함, 4~5 차례에 걸쳐 국내 무대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꿈이 없는 연습실, 관객이 없는 무대는 모두 춥다. 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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