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목 38만종 인간 동반자 딱정벌레 키워보시죠”
“딱정벌레 자체가 엄청난 담론입니다.” 딱정벌레목 가운데 무당벌레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농업과학기술원 박해철 연구사의 말이다. <딱정벌레>(다른세상 펴냄)란 두툼한 책을 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곤충연구 가운데 나비에 이어 두번째로 연구가 활발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딱정벌레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요. 몸을 덮은 딱지날개, 몸집이 큰 게 많아 ‘곤충은 작다’는 인식을 깨뜨린 점, 화학물질 분비 등 특이점이 많다는 점, 금속성 광택과 예쁜 모양새 등 애완적 요소가 그것이죠.” 분류상 1개 목에 불과한데도 100만~120만종 곤충 가운데 38만종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설명한다. 딱정벌레가 이처럼 번창한 까닭은 무엇인가. 속씨식물과 ‘공진화’했다는 게 유력하다. 연구 결과 속씨식물이 등장·번식과 식식성 잎벌레상과·바구미상과의 번창 시기가 일치한다. 현재 135000종인 그것이 식식성 딱정벌레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또 앞날개가 ‘딱지날개’로 진화한 점도 한 요인. 딱딱한 두장의 딱지날개가 몸을 갑옷처럼 둘러싸 나무 속, 돌틈 등 서식지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생존·번식에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날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천적에 잡힐 확률이 높아진 단점은 죽은 체 하기 습성으로 보완했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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