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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쓴 농업과학기술원 박해철 연구사

등록 2006-03-05 20:11수정 2006-03-06 10:18

“1목 38만종 인간 동반자 딱정벌레 키워보시죠”

“딱정벌레 자체가 엄청난 담론입니다.” 딱정벌레목 가운데 무당벌레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농업과학기술원 박해철 연구사의 말이다. <딱정벌레>(다른세상 펴냄)란 두툼한 책을 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곤충연구 가운데 나비에 이어 두번째로 연구가 활발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딱정벌레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요. 몸을 덮은 딱지날개, 몸집이 큰 게 많아 ‘곤충은 작다’는 인식을 깨뜨린 점, 화학물질 분비 등 특이점이 많다는 점, 금속성 광택과 예쁜 모양새 등 애완적 요소가 그것이죠.”

분류상 1개 목에 불과한데도 100만~120만종 곤충 가운데 38만종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설명한다. 딱정벌레가 이처럼 번창한 까닭은 무엇인가. 속씨식물과 ‘공진화’했다는 게 유력하다. 연구 결과 속씨식물이 등장·번식과 식식성 잎벌레상과·바구미상과의 번창 시기가 일치한다. 현재 135000종인 그것이 식식성 딱정벌레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또 앞날개가 ‘딱지날개’로 진화한 점도 한 요인. 딱딱한 두장의 딱지날개가 몸을 갑옷처럼 둘러싸 나무 속, 돌틈 등 서식지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생존·번식에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날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천적에 잡힐 확률이 높아진 단점은 죽은 체 하기 습성으로 보완했다.

“딱정벌레는 판게아 이론을 뒷받침하는 화석곤충이기도 해요. 장수하늘소는 현재 극동아시아에 1개 종이 살고 나머지 20종은 중남미에 사는데, 대륙이 붙었을 때는 함께 서식하다가 대륙이 이동하면서 환경이 좋은 중남미에서는 널리 분화되고 극동아시아에는 겨우 우리나라에만 남은 거죠.”

학문 또는 애완 외에 곤충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천적자원, 가루받이매개, 환경정화, 식·약용, 물질이용, 환경지표. 문화곤충 등이 그것. 일반인이 아는 것은 누에와 꿀벌 정도. 하지만 딱정벌레 중 폭탄먼지벌레, 가뢰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은 예로부터 최음제, 매독치료제로 쓰였다. 또 황남대총 출토 말장식, 평양 진파리 출토 해뚫음금동장식 등 부장품에 비단벌레의 딱지날개를 붙였다. 최근 전북 무주, 경기 성남 등 지자체에서는 반딧불이를 축제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운대 모래사장을 유지한다며 섬 모래를 퍼오는데, 이로 인해 각종 곤충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어요. 그 탓에 사구에 사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닻무늬길앞잡이가 멸종위기 희귀종이 되었습니다.” 방목하던 소를 사육하면서 소똥구리도 30년째 채집되지 않고 있다. 그는 언론보도 30건 가운데 1건 정도만 왕소똥구리일 뿐 대부분 소똥풍뎅이를 소똥구리로 오인한 보도라고 말했다. 무지와 무관심 탓에 수많은 곤충이 잠재가치가 밝혀지지 않은채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연의 1/3은 인간이, 1/3은 곤충이, 나머지 1/3은 공동으로 써야 합니다. 곤충은 박멸해야 할 해충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해야 할 존재라는 것 알아야 합니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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