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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한방 터뜨린 ‘약한영웅’…작품성·흥행성 다 잡았다

등록 2022-11-21 10:39수정 2022-11-24 10:29

웨이브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 호평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 스틸컷. 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 스틸컷. 웨이브 제공

절치부심하던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마침내 ‘한방’을 터뜨렸다. 지난 18일 전체 8부작을 공개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이하 <약한 영웅>)의 반응이 뜨겁다. 공개 직후 시청자 반응이 호평 일색으로, 벌써부터 시즌2 공개를 성화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으나 압도적인 화제작이 부족했던 올 하반기 오티티 명단에서 <약한영웅>은 젊은 감독(유수민)과 배우들의 패기로 단박에 최고 화제작으로 뛰어올랐다.

<약한영웅>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으로, 원작 웹툰의 주요 무대가 되는 은장고로 연시은(박지훈)이 전학 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일종의 프리퀄인 셈이다. 주인공이 학교 안 일진과 학교 밖 조폭까지 도장 깨기식으로 싸움으로 격파하는 전형적인 학원 액션물의 구조를 띠면서도 세 친구의 우정과 파국을 통해 장르적 쾌감을 뛰어넘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lt;약한영웅 클래스 1&gt; 스틸컷. 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 스틸컷. 웨이브 제공

왜소하고 말 없는 고1 시은은 주변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공부만 하는 냉정한 모범생이다. 어느 날 시작된 영빈(김수겸)의 괴롭힘이 도를 넘자 시은이 예상 밖의 독한 반격을 하다가 싸움이 지나치게 격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수호(최현욱)에게 제압당한다. 수호는 시은과 정반대로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자는 학생이지만 격투기로 단련된,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소년. 여기에 왕따로 괴롭힘당하다가 전학 온 소심한 범석(홍경)이 엮이면서 출신 배경도 성격도 완전히 다른 세 친구는 서걱거리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초반 3회까지는 점점 더 싸움의 판이 커지면서 주인공들의 액션이 격렬해지고 긴장감과 짜릿함도 올라가는 학원 액션물의 전형적인 문법을 충실히 따라간다. 특히 시험지를 채점하다가 ‘뚜껑이 열린’ 시은이 자신을 괴롭혀온 영빈에게 기습적으로 달려드는 첫 장면의 액션(뒤에 시은이 왜 그렇게 하는지 맥락을 보여주며 다시 반복된다)에서 볼 수 있듯이 <약한영웅>의 액션은 날렵한 속도감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돋보인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lt;약한영웅 클래스 1&gt; 스틸컷. 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 스틸컷. 웨이브 제공

하지만 4회부터는 도장 깨기식 액션의 쾌감에서 살짝 방향을 튼다. 작품이 시작되면서 인용되는 소설 <데미안>의 유명한 문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힘겹게 싸운다”는 주제의식에 다가가며 10대들의 결코 단순하지 않은 세계와 그 심리에 성큼 다가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범석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이다. 돈과 권세 있는 집 아들이지만 그는 집과 학교에서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면서 자라, 제대로 관계 맺는 방식을 배운 경험이 없다. 그는 의지하던 친구들에게 사소한 서운함과 미묘한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이를 풀지 못하고 셋의 관계에 감당할 수 없는 균열을 내고 만다. 알이라는 유년의 세계가 고통스럽게 파괴되고 각자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성장담의 원형(<데미안>)을 <약한 영웅>은 충실하게 풀어나간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lt;약한영웅 클래스 1&gt; 스틸컷. 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 스틸컷. 웨이브 제공

시청자들의 찬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주인공 셋의 호연이다. 중심을 잡는 스타나 중량감 있는 배우 하나 없이 이제 연기 경력을 쌓기 시작한 20대 초중반 배우들이 빚어내는 조화가 대단하다. ‘반듯한’ 싸움꾼으로 매력적 히어로인 수호와 뒤틀린 내면을 가진 범석, 겹겹이 쌓인 위기를 풀어가며 인물의 입체성이 극대화되는 시은 등 세 캐릭터의 개성이 황금비율로 안배됐기 때문이다. 잠재력 뛰어난 배우들의 캐스팅도 빼놓을 수 없다. 아역배우 경력이 먼저이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엠넷) 준우승자 출신으로 엔터테이너 이미지가 강했던 박지훈과 웹드라마 등에서 실력을 쌓은 최현욱, 독립영화로 성장한 홍경 등 각각 다른 출발점을 가진 세 배우 모두 눈을 비비고 볼 정도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줬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lt;약한영웅 클래스 1&gt; 스틸컷. 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1> 스틸컷. 웨이브 제공

영리한 상업성과 얕지 않은 드라마적 깊이, 둘 다 놓치지 않은 데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한준희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폭력과 성장이라는 두개의 화두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약한영웅>은 그의 전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D.P.)의 문제의식을 잇는다. <약한영웅>은 여기에 장르적 재미와 캐릭터들의 매력을 광폭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홍경을 비롯해 영이 역의 이연, 전석대 역의 신승호 등 <디피>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들이 이 작품에 다시 주요 인물로 등장해 완성도를 보탰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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