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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효리 보고 ‘산’이 꼬리 흔들었다…“너무 고맙다. 알아봐줘서”

등록 2022-12-22 14:04수정 2022-12-25 10:44

[이 장면 OK]
해외입양 유기견 재회 <캐나다 체크인>
“개들도 감정과 기억이 있다” 알려줘
tvN 제공
tvN 제공

‘나를 기억할까? 알아볼까?’

이효리는 해외입양 보낸 개들을 만나러 가기 전, “제일 궁금한 건 오랜만에 만나는데 (개들이) 과연 나를 기억할지”라고 말했다. 유기견들은 보호소나 개인 임시보호자의 집에서 머무르다 입양된다. 한국에서 9000㎞ 떨어진 먼 나라, 새로운 가족을 만나 새로운 환경에 정착한 개들은 과연 옛 보호소 봉사자, 임시보호자를 기억해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지난 17일 <캐나다 체크인> 첫 방송에서 공개되며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날 방송에는 이효리와 동행인 고인숙(공길)이 해외입양 보낸 개들 가운데 ‘산’과 ‘애로우(공손)’를 만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산’은 이효리가 올해 3월 제주도 밭에서 구조해 6월에 입양을 보낸 보더콜리 믹스견(추정 나이 1살)이다.

산은 반려인 조지아의 자동차 뒷좌석에서 내려 잠시 주변 풍경을 살피다가 이내 이효리를 알아보고 눈을 마주치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개들이) 나를 알아볼지 못 알아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걔네만 잘 사는 게 확인이 되면” 좋겠다던 이효리의 눈에 금세 눈물이 맺혔다. 이효리는 조지아에게 “산이가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나요?” 물었고, 조지아는 “보통 이 정도까지는 안 좋아하는데”라며 “특별하다”고 답했다.

고인숙과 ‘애로우(공손)’의 만남은 더 극적이었다. 공손은 애로우의 입양 전 이름이다. 2020년 7월 고인숙이 거리에서 구조해 보호소 등에서 돌보다가 지난해 말 캐나다로 입양을 보냈다. 공손이라는 이름은 고인숙의 별명 ‘공길’의 앞글자와, 공손의 이름을 지은 날 골을 넣은 축구선수 손흥민의 성을 붙여서 만들었다.

구조자가 이름을 부르자 몸을 돌려 구조자를 향하는 개 ‘애로우’(공손)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구조자가 이름을 부르자 몸을 돌려 구조자를 향하는 개 ‘애로우’(공손)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고인숙과 이효리는 애로우(공손)의 새로운 가족 브라이언의 집 거실에서 만남을 기다렸다. 브라이언과 함께 거실로 들어온 애로우(공손)는 고인숙과 이효리 쪽으로 오다가 몸을 틀어서 다시 거실 입구로 돌아갔다. 입구 근처에서 카메라로 촬영 중인 제작진에게 다가가 관심을 보이는 등 고인숙과 이효리 쪽에는 시선을 두지 않았다. 새 반려인 브라이언이 “애로우, 와서 인사해(Come say hi)”라고 불러봤지만, 듣지 않았다.

“공손!” 반전은 고인숙이 애로우의 옛 이름을 부르면서 시작됐다. 애로우는 몸을 틀어 귀를 쫑긋 세우더니 고인숙이 앉은자리를 향해 곧바로 다가왔다. ‘이제 알겠다’는 듯 귀를 한껏 젖히고 꼬리를 크게 흔들며 고인숙의 얼굴을 핥았다. 브라이언은 애로우가 고인숙을 대하는 행동을 보며 “애로우가 정말 행복해하네요”, “제가 하루 이틀 없다가 돌아오면 저러는데. 이런 모습은 참”이라며 놀라워했다.

헤어진 지 1년도 넘은 구조자 겸 임시보호자를 기억하는 애로우(공손). 어떻게 가능할까? 수의사인 설채현 놀로 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각 개체별 특성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개들도 기억력이 상당히 좋다”며 “과거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맺었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모자 관계의 개들은 8년까지 기억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설채현 원장은 애로우(공손)가 옛 보호자와의 대면을 어색해하다가 이름을 듣고 알아본 장면에 대해 “개는 시각보다는 후각, 청각 등 다른 감각이 더 예민하다. 공손이 낯선 사람들(제작진)을 보고 행동이 억압되어 있다가 이름을 듣고 예전의 좋은 기억이 떠오르자 어색함보다 친밀한 기억이 앞서면서 반가운 행동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tvN 제공
tvN 제공

새 가족을 찾아 한국을 떠나지 못했다면, 안락사되거나 보호소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을지 모르는 유기견들.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구조자와 임시보호자를 반기는 모습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애로우(공손)의 모습이 담긴 <캐나다 체크인> 유튜브 영상 아래에는 “본방송 보며 오열하고 이 장면은 20번 본 거 같은데 20번 울었다”,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보다 더 슬프다. 이거 보고 강아지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반성했으면” 같은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설채현 원장은 이런 방송 장면이 지닌 의미에 대해 “시청자 분들이 개들도 우리와 같이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얘기하는데,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생각해보시면 좋겠다. 개들은 사람에게 버려지거나 사랑받은 경험,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 등을 다 기억한다”며 “또한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유기견들을 해외로 많이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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