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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백제 금속공예 걸작 익산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국보로 승격

등록 2022-12-27 16:47수정 2022-12-27 19:54

국립익산박물관 대표 유물로 전시중
지난 2009년 익산 미륵사터 서석탑 해체·복원 작업 중에 석탑 1층 기단부 심주석의 보관 구멍에서 사리장엄구가 출토될 당시 사진. 문화재청 제공
지난 2009년 익산 미륵사터 서석탑 해체·복원 작업 중에 석탑 1층 기단부 심주석의 보관 구멍에서 사리장엄구가 출토될 당시 사진. 문화재청 제공

백제 장인들이 만든 금속공예 유산 가운데 금동대향로와 더불어 가장 뛰어난 조형미를 지닌 걸작으로 손꼽히는 전북 익산 미륵사터 석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마침내 나라의 국보 목록에 올랐다. 사리장엄구란 부처나 덕이 높은 고승의 주검을 화장한 뒤 나온 사리 조각들을 무덤 격인 불탑에 안치할 때 쓰는 용기와 함께 바치는 예물 등을 아울러 가리키는 말로, ‘사리갖춤’ 이라고도 한다.

문화재청은 국가 지정 보물이었던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국보로 승격시켜 지정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 사리장엄구는 지난 2009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서탑을 해체·수리할 당시 탑 중심 기둥 심주석에 난 보관 구멍(사리공)에서 나왔다. 금판에 쓴 ‘사리봉영기’(舍利奉迎記)와 사리를 담았던 두겹의 항아리(사리외호·사리내호),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았던 청동합 등 9점으로 이뤄져 있다.

미륵사터 서석탑 출토 사리장엄구의 일부 유물들. 금동제 사리외호(왼쪽)와 금제 사리내호(가운데), 안에서 나온 사리알들이다. 문화재청 제공
미륵사터 서석탑 출토 사리장엄구의 일부 유물들. 금동제 사리외호(왼쪽)와 금제 사리내호(가운데), 안에서 나온 사리알들이다. 문화재청 제공

사리봉영기는 얇은 금판 앞뒷면에 한자 193자를 새겨 석탑에 사리를 봉안한 경위를 기록한 유물로, 639년(백제 무왕 40년) 만들었다. <삼국유사> 등에 미륵사를 창건한 주역이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 공주 부부로 기록된 것과 전혀 다른 명문 내용으로 유명해졌다. 백제 고위 관직 좌평을 지낸 사택적덕의 딸이 백제 왕후가 되어 재물을 바치며 절을 짓고 기해년(639년) 사리를 봉안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발견 직후부터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석탑에서 나온 금동제 사리외호와 금제 사리내호는 당대 동아시아 금속공예의 최고 정수로 꼽히는 명품이다. 황금빛을 내는 유려한 몸체에 역동적인 소용돌이 무늬와 세련된 연꽃 연속무늬, 촘촘한 생선알 모양의 어자문들을 새긴 모습이 특징적이다. 청동합은 크기가 각각 다른 6점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 한 합에 ‘달솔(達率) 목근(目近)’ 명문이 보여 달솔이란 벼슬을 지닌 관료 목근이 시주했음을 알려준다.

문화재청 쪽은 “7세기 전반 백제 공예 장인들의 역량을 입증하는 유물로 출토 장소가 명확하고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의 절대적 기준이 된다”고 지정 근거를 밝혔다. 사리장엄구 유물들은 발견됐을 당시부터 국보로 바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보물로 우선 지정한 뒤 국보 승격 절차를 밟는 문화재 관련 규정에 따라 2018년 먼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아울러 일제강점기인 1932년 1월 일본 도쿄에서 일왕을 폭살하려다 실패하고 순국한 이봉창 의사(1900~1932)가 거사 직전인 1931년 12월 한인애국단에 입단하며 남긴 ‘선서문’과 11~12세기 고려시대 불교경전인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66>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 15세기 조선 전기의 농업서적인 <사시찬요> 등 6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한편, 익산시는 미륵사지 사리장엄구가 미륵사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국립익산박물관 건립의 동력으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이날 전했다. 2020년 1월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최근 상설전시실을 재단장해 사리장엄구를 대표 유물로 전시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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