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1906~65) 선생이 1942년 독일에서 열린 만주국 창립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자신이 작곡한 <만주국>을 지휘하고 있다.(왼쪽) 이날 연주회가 열린 곳은 폭격으로 부서지기 이전의 옛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회장으로 뒤쪽으로 대형 일장기가 보인다.(오른쪽) 조선일보 제공/연합뉴스
축하곡 선율은 한국환상곡에 그대로 사용…친일 논란 일듯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가 일본의 괴뢰국이었던 만주국 창설을 축하하는 곡을 작곡하고 대형 일장기가 걸려있는 음악당에서 이를 직접 지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이 축하곡에 나타나는 두개의 선율이 애국가의 모곡으로 1936년 작곡한 <한국 환상곡>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독일 유학생 송병욱(39·훔볼트대 음악, 연극학 전공)씨는 8일 월간 <객석> 3월호에 발표한 ‘베를린의 안익태-그의 활동, 그의 민족 정체성’이라는 논문에서, 독일연방 문서보관서 산하 필름보관소가 소장하고 있는 이른바 ‘안익태 필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월간 <객석>은 지난 2000년 5월호에서 이 필름의 존재를 처음 거론한 바 있다. 송씨는 “1942년 옛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회장에서 열린 이 행사는 만주국 창설 10주년 기념 음악회였으며, 연주단체는 베를린 방송악단과 라미 합창단이었다”며 “무대 전체를 정면에서 잡은 화면일 경우 무대 뒷막 한 가운데에 일장기가 커다랗게 걸린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주 시간은 약 10분 정도였다. 송씨는 “놀랍게도 그 곡에서 <한국 환상곡>에 나오는 선율 두 가지(‘삼천리 금수강산 길이 빛나라’와 ‘영광의 태극기’ 부분)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독일 활동 당시 안익태의 베를린 거주지는 독일주재 일본 외교관이었던 고이치 이하라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하라는 <만주국>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안익태는 또 일본 궁중음악의 하나로 하늘에 제사를 할 때 연주하는 일종의 예악인 ‘에텐라쿠’와 그의 스승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일본 축전곡>을 지휘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파시스트 동맹을 맺고 있던 상황이었다. 친일문제를 추적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문제였으나 현지 확인이 필요해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조사하려고 한다”며 “그 자료(동영상) 하나만 가지고 안익태의 친일 여부를 판가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0월 안익태 기념재단이 신청한 독립유공자 서훈을 심사한 바 있으나, 30년대 말에서 40년대에 이르는 기간의 행적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격론 끝에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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