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능, 드라마 등 3개 부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배우가 있다. 바로 이동휘다. 어쩌면 우린 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의 ‘쌍문동 박남정’ 동룡이로 처음 떴을 때만 해도 그저 코미디 연기 잘하는 배우 정도로만 알았는데, 예능 <놀면 뭐하니?>(MBC)에 엠에스지(MSG)워너비 멤버로 출연해 놀라운 가창력을 뽐냈다. 2021년 솔로 곡 ‘네가 아는 너’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에서는 처음 맡은 건달 연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이동휘가 미워할 수 없는 백수로 돌아왔다. 8일 개봉한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에서 그가 연기한 준호는 여자친구 아영(정은채) 집에 얹혀살면서 고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고 철없이 구는 인물. <응답하라 1988>로 다져진 전매특허 같은 능글맞은 연기가 영화 내내 펼쳐진다. 대본인지 애드리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는 “(정은채 배우가) 웃음을 꾹 참고 버티면서 연기하던 모습에 죄송스럽고 고맙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어쩌면…>은 대학 시절부터 만나온 오랜 연인 사이인 준호와 아영이 식어버린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갈등하다 현재를 되짚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형슬우 감독이 애초 생각한 제목은 <왼쪽을 보는 남자, 오른쪽을 보는 여자>였다. 이별의 순간, 하필 준호가 목에 담이 걸려 왼쪽만 바라봐야 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담도 신경 써야 하고 눈빛도 신경 써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감독님의 경험이 담겨 있기도 하다고 해서 열심히 찍었다.”(웃음)
그도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나에겐 아직 작품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더 열심히 해서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더 듣고 싶은 말은 ‘꾸준히 맡은 바를 열심히 하는 배우’란 말이다. 그만한 칭찬이 없을 것 같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그는 16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기 직전 1년여의 의도치 않은 공백기, 예능 <놀면 뭐하니?>로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기 전까지 또 가져야 했던 1년여의 공백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 “조금씩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점점 더 겸손해지는 것 같다”는 그는 스스로 원한다고 해서 무언가를 가질 수 있는 세계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평소 영화광으로 알려진 그는 요즘 극장가 최고 화제작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어릴 때 <슬램덩크> 만화책이 찢어질 정도로 봤던 팬이다. 다 아는 내용인데도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가 전해준 동료애를 최근 몸소 느꼈다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필리핀 전지훈련”이라고 부를 만큼 서로에게 돈독했던 드라마 <카지노> 촬영 현장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데도 담배 연기의 달인이 될 정도로 마스터했다. 그에게 <카지노> 촬영장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변곡점”이 된 현장이었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생전 누아르, 갱스터물에 출연한 적 없던 나를 왜?’ 하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본격 누아르물에 연이어 출연하게 됐다. “마동석 배우와 <부라더>를 찍을 당시 <범죄도시 2>를 같이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못 했는데, 결국 <범죄도시 4>에 출연하게 됐다.”
“내 성격 유형이 (매우 외향적인) ‘파워 이(E)’에 가까울 것 같다고 다들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약속 당일, 일정이 취소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타입”이라는 이동휘. 그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건 “주변 사람들의 건강”이다. “건강과 나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 나 혼자 잘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더 느끼면서 힘닿는 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
김현수 전 <씨네21> 기자·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