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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낮과 밤’ 뜨거운 역주행

등록 2023-02-20 07:00수정 2023-02-20 15:37

‘낮과 밤’ 넷플릭스 선두권 질주 왜
2년 전 방영 작품…남궁민·이청아·김설현 주연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지난달 20일, 넷플릭스에 드라마 <낮과 밤>이 올라왔다. 남궁민, 이청아, 김설현 주연의 스릴러 <낮과 밤>은 공개 직후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2위로 출발하더니 약 1주일 만에 1위에 올라섰다. 일본에선 4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대만에서도 2위까지 올랐다. 예고편을 본 기억이 없는데, 어떤 작품일까 궁금하여 정보를 찾았다. 그런데 신작이 아니다. <티브이엔>(tvN)에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방영한 작품이다. 2년 전 작품이 뒤늦게 넷플릭스에 올라와, 한국과 국외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낮과 밤>은 28년 전, 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시작한다. 거대한 연구소가 있던 하얀밤 마을이 불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연구소에서 살아남은 아이 중 하나인 도정우(남궁민)는 지금 서울지방경찰청 특수팀을 이끄는 형사다. 팀원인 공혜원(김설현), 윤석필(최대철), 장지완(이신영)과 함께 예고 살인범을 쫓고 있다. 예고장을 보낸 범인은 살인 현장을 동영상으로 찍어 방송국에 보내며 범행을 계속하고 있다. 엑스브이엔(XVN) 방송국의 이지욱 기자는 예고 살인범을 다룬 프로그램을 연속 방송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찰청 상부에서는 살인범을 잡기 위해, 에프비아이(FBI) 출신의 범죄심리 전문가인 제이미 레이튼(이청아)을 투입한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lt;낮과 밤&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lt;낮과 밤&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기상천외한 범죄를 벌이는 살인마와 그를 쫓는 형사들. 여기에 기자와 에프비아이 출신 등 외부인이 끼어들며 갈등이 고조된다. 사건의 배후에는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악의 조직이 존재한다. 전형적인 스릴러물로 시작하는 <낮과 밤>은 28년 전의 하얀밤 마을 사건이 지금 벌어지는 연쇄살인과 관련됐다는 증거가 하나둘 나오고, 도정우와 레이튼 등 하얀밤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사건의 중심에 있고, 의문의 조직에서 주도한 실험이 불사와 초능력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에스에프(SF), 슈퍼히어로물로 확장된다. 도정우와 공혜원, 레이튼의 뒤섞이는 연애 관계도 한 축이다. <낮과 밤>은 다양한 요소가 섞이며 흥미를 자아낸다. 중반까지는 다음 사건이 많이 궁금하고, 인물들의 관계가 호감이건 증오건 잘 엮여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교활한 범인을 쫓으며 원활하게 진행되던 범죄물은 갑자기 초능력 전쟁으로 변한다. 적게는 6편에서 많게는 12편 정도의 에피소드로 한 시즌을 구성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달리 한국 드라마는 대체로 16부작이다. 단선적인 스토리를 16부까지 끌어가기는 쉽지 않다. 튼튼한 설정으로 시작해도, 곁가지가 많이 들어가거나 중반에 방향을 확 틀면서 다른 이야기로 끌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범죄물이건 직업물이건 연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억지로 장르를 조합해서 기괴해진다. <낮과 밤>은 스릴러와 슈퍼히어로물 두 장르를 잘 붙였지만 다소 삐걱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후반부는 확실히 느슨하다. 엉뚱하지만 탁월한 민완 형사에서 중반을 지나면서 엄청난 파워와 두뇌를 가진 ‘먼치킨’ 캐릭터로 도약하는 도정우가 ‘하드캐리’ 하는 <낮과 밤>도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장단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lt;낮과 밤&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lt;낮과 밤&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단점에도 불구하고, <낮과 밤>은 세련되게 잘 만든 드라마다. 중반부까지 흡인력이 상당하다. 수수께끼의 예고장을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자각몽을 이용한 범죄의 트릭을 형사들이 찾아내는 과정도 그럴듯하다. 반전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한다. 배우들도 좋다. 남궁민은 서서히 성장하며 <김과장>(KBS2), <조작>(SBS), <닥터 프리즈너>(KBS2) 등의 주연으로 정상급 스타가 되었고, <스토브리그>(SBS)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출연한 드라마들에서는 더욱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남궁민의 매력을 잘 살린 <낮과 밤>이 방영 당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다. 엉뚱하면서 진지한 이청아와, 순진하고 직선적인 김설현도 적역을 맡았다. 윤경호, 윤선우, 김창완, 우현, 김원해 등 조연들도 좋다. <낮과 밤>은 넷플릭스 방영으로 재평가를 받은 셈인데, 다행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lt;낮과 밤&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하지만 <낮과 밤>이 독보적인 걸작이기 때문에 뒤늦은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수작이면서도 묻힌 작품은 수없이 많다. <낮과 밤>의 재조명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세가 되면서 영화와 드라마, 방송 환경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신작이 아니어도, 넷플릭스가 시작 화면에 계속 띄워준다면 과거의 작품도 얼마든지 선택받을 수 있다. 오티티에서는 극장이나 케이블 등에서 묻힌 작품을 재발굴하는 것, 지금 세대에게 낯선 과거의 명작을 재조명하는 것이 수월하다. 플랫폼의 선택에 따라서, 신작과 아카이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추천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lt;낮과 밤&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lt;낮과 밤&gt;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돼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는 드라마 <낮과 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영화의 경쟁 상대는 이미 같은 날 개봉작이 아니라 각종 오티티 콘텐츠와 스포츠, 정치와 사회 이벤트까지 확장됐다. 과거의 작품, 아카이브도 포함한다. 콘텐츠는 너무 많고 개인의 시간은 한정된 상황에서 하나의 작품을 고르는 과정은 더욱 난해해졌다. 그렇기에 눈앞에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가장 중요해진다. 미디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강하게 들이밀면, 대중은 가볍게 선택하고 따라간다. 넷플릭스를 열었을 때,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대중은 선택한다. 추천 알고리즘이 더욱 중요해지고, 플랫폼의 개입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전문적 혹은 마니아적 큐레이션 역시 소소하지만 한층 필요해질 것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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