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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다나카 “이 짓을 4년간 했죠, 하늘 보며 원망도 했어요”

등록 2023-03-09 06:00수정 2023-09-01 21:35

부캐 ‘다나카’로 뜬 코미디언 김경욱

지상파 예능 <라디오 스타> 갈무리
지상파 예능 <라디오 스타> 갈무리

지난해 10월 유튜브 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에 걸그룹 르세라핌의 김채원과 카즈하가 나왔다. 한국어가 서툰 일본인 멤버 카즈하를 위해 다나카라는 이름의 통역사도 함께했다. 카즈하가 ‘텃세’라는 뜻을 알지 못하자, 다나카는 손짓과 몸짓, ‘한본어’(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통역했다. 그 과정에서 폭소가 터졌고 카즈하도 웃으며 ‘텃세’라는 뜻을 이해했다.

통역사 이름은 다나카 유키오. 실존 인물은 아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의 코너 ‘나몰라 패밀리’에서 “나홀로 밤을 새우고~”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 김경욱이 연기하는 ‘부캐’(본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다. 코미디언 유재석의 부캐가 트로트 가수 유산슬인 것과 마찬가지다.

다나카는 섀기커트의 일본풍 머리 모양에 짝퉁 루이뷔통 벨트,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20세기 말을 휩쓴 와이투케이(Y2K) 패션을 고집하며 유튜브와 지상파를 넘나들면서 콘텐츠 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MBC)에도 다나카가 등장했다. 그는 함께 나온 배우 안재욱을 향해 “너무 무서웠습니다. 안중근. 공포 뮤지컬이었습니다”라고 말해 안재욱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다나카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안재욱이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아 열연했기 때문이었다.

<라디오 스타>에서 다나카의 ‘짠’한 이야기도 소개됐다. 그는 “이 짓거리(부캐)를 4년 동안 했다”고 말하자, 김구라는 “이걸 4년 한 거야? 반응도 없는데?”라고 되물었다. 이에 다나카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언젠가는 반응이 오겠지 했다. 하늘 보며 원망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도) 다나카를 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예능 &lt;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gt; 갈무리
유튜브 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갈무리

다나카 전국투어 포스터. 나몰라패밀리 제공
다나카 전국투어 포스터. 나몰라패밀리 제공

다나카는 받침 발음을 어려워하는 일본인 억양을 따라 한다.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의 가사 ‘꽃가루를 날려’를 “꼬츠가루를 날려”라고 발음한다. 영혼 없는 듯한 눈빛과 대비되는 프로페셔널한 안내 멘트로 주목받은 에버랜드 알바생 소울리스좌의 ‘아마존송’을 “아마조루조루조루”라고 불러 웃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메이드 카페 밈 ‘오이시쿠나레, 모에모에큥!’(맛있게 되어라, 얍!)을 유행어로 밀고도 있다.

사실 ‘본캐’(본래 캐릭터)인 코미디언 김경욱은 19살에 데뷔해 5년간의 무명 시절을 거친 뒤에야 ‘나몰라 패밀리’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바보킴’으로 등장해 바비킴 모창과 힙합 개그로 시청자의 배꼽을 빠지게 했다.

하지만 2017년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폐지된 뒤 방송할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피식대학’ ‘빵송국’ 등 유튜브로 성공한 코미디언 후배들을 보면서 도전을 다졌다고 한다. 많은 이들한테 사랑받기보다 마니아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부캐 개그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일본 문화 코드를 비(B)급 정서에 담아 ‘다나카’에게 불어넣었다.

가요 토크프로그램 &lt;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gt;. 한국방송 제공
가요 토크프로그램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한국방송 제공

4년의 기다림 끝에 다나카는 유튜브 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이나 ‘꼰대희’ ‘동네친구 강나미’ 등 여러 유튜브 채널에 나와 각각 622만회, 424만회, 426만회 등 높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다나카의 롤모델은 친한파 일본 국민 아이돌 초난강(구사나기 쓰요시)이다. 사실 다나카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바비킴이 “김경욱 실력이 오히려 나보다 낫다”고 평가할 정도다. 1월엔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내한 콘서트 ‘꼬ㅊ보다(꽃보다) 다나카’를 열었다. 콘서트에선 다나카의 히트곡 ‘와스레나이’(잊을 수 없어)를 비롯해 ‘멋’ ‘플라이 어웨이’ ‘어깨’ 등의 노래를 불렀다. 지난달엔 가요 토크프로그램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KBS2)에 출연해 박재범과 함께 듀엣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나카를 보는 대중의 시선은 긍정과 부정을 넘나든다. 가깝지만 먼 나라인 일본 사람을 유쾌하게 풍자해 거리감을 줄이게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지만, 일본인 희화화라는 지적도 받는다. 일부 누리꾼은 “일본인을 바보같이 표현한다” “외국인이 한국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 좋겠냐”와 같은 비판을 한다.

‘친일’과 ‘국뽕’(자국 찬양)마저 넘나든다. 다나카는 뮤지컬 <영웅>처럼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공포 영화’라고 말하며 이순신 장군도 두려워한다. 이를 두고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하자 일부 극우 일본 누리꾼들이 “일본인을 죽인 테러리스트 안중근을 미화한 영화”라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과 맞물려 역설적으로 이순신과 안중근을 무서워하는 다나카의 행동은 ‘친일’이 아니라 ‘국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나카. 메타코미디 제공
다나카. 메타코미디 제공

이처럼 다나카는 한국인과 일본인을 넘나들며 엠제트(MZ)세대한테 가장 주목받는 일본인 가운데 한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넘나드는 건 국적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와 지상파도 넘나들고, 호감과 불호도 넘나든다. 이런 다나카를 보면 양가적인 감정이 맞부딪히곤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이 주는 익숙함과 왜색적인 일본 문화가 주는 낯섦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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