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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이다’ 조성현 피디, 선정성 논란에 직접 답했다

등록 2023-03-10 13:36수정 2023-03-11 01:06

기자간담회서 제작 과정 등 자세히 밝혀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연출한 조성현 피디. 넷플릭스 제공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연출한 조성현 피디. 넷플릭스 제공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주 명백하게 보여줘야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들이 한두명이라도 그 소굴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자들이 억지스러운 방어 논리를 구축하는 것도 막기 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뜨거운 화제만큼이나 선정성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피디가 입을 열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나는 신이다’ 간담회는 작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간담회를 개최한 넷플릭스 쪽은 사진 취재를 금지했고, 간담회를 마친 뒤에도 피디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일을 삼가달라고 각별히 사전 요청을 했다. 프로그램의 파장이 커지면서 해당 종교단체의 반발과 위협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서였다. 

조 피디는 “사이비 종교 문제는 내 가족과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였고 언젠가는 해야 할 숙제와 같은 주제였다”면서 “소속된 <문화방송>에 제안했다가 보류된 기획서를 넷플릭스가 받아들여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피디(PD) 수첩>등 고정 프로그램에서 만들었다면 8~10주간 빠듯하게 제작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2년의 시간이 주어지면서 인터뷰만 200명 넘게 하는 등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t;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gt;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그는 이 프로그램이 사이비 종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시켰다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런 문제의식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명백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가해 종교단체의 내부자들은 계속해 방어 논리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렇게 보여줘야 피해자가 한두명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예로 문제적 장면으로 언급되는 나체의 여성들이 욕조에 있는 장면에 대해서 “처음 제이엠에스 쪽은 이게 조작된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부자가 찍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동영상이라고 우기더라. 정확히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 방어 논리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피디는 “방송 내용이 처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전에 언론에서 여러 번 공개됐지만 왜 사이비 종교 단체와 교주가 존재하고 (계속) 피해를 일으키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메이플 역시 <제이티비시>의 <뉴스룸>에서 인터뷰한 적 있지만 기억하는 사람이 있나? 선정적이라는 문제의식은 존중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제작 의도에서 모자이크 장면으로 ‘신도에게 몹쓸 짓을 했습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사실적 내용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나는 신이다’를 보고 탈교를 했다는 증언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변화가 이뤄지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lt;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gt; 연출한 조성현 피디. 넷플릭스 제공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연출한 조성현 피디. 넷플릭스 제공

그는 “인터뷰를 약속하고도 피해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내내 긴장을 해야 했다. 이는 피해자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것인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면서 “특히 여성 피해자의 경우 남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등 나서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아 힘든 설득 과정을 거쳤다”면서 “하지만 피해 사실이 클수록 얼굴 노출에 동의하는 분이 많았다. 남들이 믿지 않을 정도로 큰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도리어 얼굴을 공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분들은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남들에게 내가 당한 피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존경을 받아야지, 조롱이나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피디는 제이엠에스를 3회 차에 걸쳐 방영하면서 제이엠에스와 싸우는 김도형 단국대 교수의 인터뷰에 긴 시간을 할애한 것에 대해서 “무척 멋있는 분이다, 존경한다”면서 “30년간이나 치열하게 싸우면서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가족까지 테러를 당하면서 사이비 종교의 피해를 줄여 보려고 싸우는 모습을 주인공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피디는 김도형 교수 아버지가 인터뷰 중 “아들을 대신해 테러를 당해서 행복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프로그램은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결심 같은 게 섰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도형 교수가 <한국방송>(KBS)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방송에도 신도가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어난 것에 대해 “사이비 종교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그리고 사회 고위층에도 신도가 포진해 있다. 이 작품을 만드는 중에도 제작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우리 팀 안에 제이엠에스 신도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고, 넷플릭스 쪽에도 신도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 문제는 신도가 아니라 신도를 잘못된 길로 가게 하는 교주와 리더들이다.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 피디는 “우리 사회가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만큼 종교에 대한 책임도 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명석과 유사한, 피해 규모에 있어서는 그보다 훨씬 적을 미국의 사이비 교주는 종신형에 20년을 더한 형을 받았다. 하지만 정명석은 고작 10년형을 받았고, 그보다 훨씬 더 미약한 처벌을 받은 교주들도 많다. 우리 사회는 왜 번번이 사이비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종교의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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