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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아, 이제 무슨 낙으로 살지?…‘더 글로리’가 남긴 것

등록 2023-03-13 07:00수정 2023-03-14 02:46

넷플 ‘더 글로리’, “용두용미” 찬사 속 대단원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마침내, 가해자는 가차 없는 징벌을 받았고, 피해자는 스스로를 구원했다. 로맨스의 제왕이라고 일컬어지던 김은숙 작가는 장르극에서 한번의 새로운 도약을 했다. 요즘 유행하는 <더 글로리>의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모든 순간이 짜릿했다. 멋지다! 연진아, 장하다! 문동은, 브라보! 김은숙.’

전 국민이 입 모아 “연진아”를 부르게 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가 10일 오후 공개됐다. 지난해 12월30일 공개된 파트1에서 일부 지적됐던 우연성의 빈발, 애매한 중간 마무리 등 우려를 말끔히 종식시키고 모든 캐릭터와 사건들의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연결하며 ‘용두용미’ 드라마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재벌집 막내아들>(JTBC), <일타 스캔들>(tvN) 등 최근 화제작들이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흐트러지며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은 데 비해,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의 조이고 푸는 힘을 절묘하게 세공한 작품에 대한 극찬의 표현이다.

&lt;더 글로리&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연진아”를 부른 건 국내 시청자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공개 다음날인 11일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티브이(TV)쇼 부문 글로벌 3위에 올랐다. 한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멕시코, 칠레, 카타르 등 남미와 중동 지역까지 2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5위에 올랐던 파트1보다 좋은 성적이다.

<더 글로리>는 한국에서 인기를 넘어 신드롬과 같은 열풍을 일으켰다. 문동은(송혜교)이 작중 화자 시점으로 자신이 겪었던 학교폭력 피해와 고통, 복수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연진에게 편지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하는데, 이때마다 등장하는 “연진아”가 밈처럼 사용된 것이다. 에스엔에스(SNS)에서는 맡끝마다 ‘연진아’를 붙이는 댓글놀이가 유행했고, <더 글로리>와 상관없는 온라인 콘텐츠 제목들에도 ‘연진아’가 붙었다. 박연진(임지연)과 친구들이 욕하고 싸우는 주요 장면들도 다양한 밈으로 편집돼 퍼져나갔다.

&lt;더 글로리&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파트1과 파트2 공개일 사이에 100일의 간격이 있었음에도 관심이 식기는커녕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 벌어진 것도 <더 글로리>의 특징이다. 파트1이 단서와 복선 등을 펼쳐놓기만 하고 마무리 짓지 않으면서 유튜브 등에는 ‘동은 집주인이 죽은 윤소희의 할머니다’ ‘연진 엄마가 살인자를 매수해 여정 아버지를 죽였다’는 등 ‘뇌피셜’ 회로를 가동해 파트1의 ‘떡밥’들을 연결하는 다양한 파트2 스토리 예상이 쏟아졌다. 넷플릭스가 지난 3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사전 홍보를 위해 열었던, 파트1 내용을 퀴즈로 푸는 ‘중간고사’ 이벤트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파트2가 공개된 10일 저녁에는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한일전 결승전 중계처럼 삼삼오오 모이거나 치킨, 맥주 등을 차려놓고 드라마를 보는 ‘인증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에 쏟아지기도 했다.

<더 글로리> 파트2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은 이유로 작품 외적 요소도 컸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 학폭 가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부모가 가진 권력과 부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며 지속적으로 가해를 하고, 부모는 자식의 이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사회적 위치와 전문적 지식을 총동원했으며, 가해자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승승장구하는 반면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고통받았다는 사실이 연일 보도되면서 대다수 기사에 ‘<더 글로리>보다 더한 학폭’ 식의 드라마를 소환하는 제목이 붙었다.

&lt;더 글로리&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가 제기한 학폭과 ‘유전무죄’에 대한 단죄의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월 <더 글로리> 파트1이 넷플릭스 티브이 드라마 1위에 오른 타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학폭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고 가해자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들이 릴레이로 이어졌다. 글들에는 ‘#타이 더 글로리’라는 해시태그가 달렸고, 학폭 가해 의혹이 제기된 유명 배우가 사과를 하기도 했다. <더 글로리> 파트2가 전세계 동시 공개된 1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더 글로리>의 세계적 인기에 대한 기사를 실으면서 “학교폭력 이야기 자체는 특정한 학교나 동네를 배경으로 벌어지지만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10대와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본질적인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내러티브적 장치로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직전에는 이 작품을 연출한 안길호 피디의 학폭 가해 의혹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안 피디는 처음에는 가해 사실을 부인하다 12일 인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학폭의 잔인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그린 드라마 연출자가 학폭 가해자인 사실이 밝혀진 건 <더 글로리>의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에도 불구하고 두고두고 남을 옥의 티다.

&lt;더 글로리&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의 대성공으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두개의 파트로 나눠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오티티의 ‘쪼개기’ 전략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앱 사용자 행태 분석업체 와이즈랩·리테일·굿즈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를 보면, <더 글로리> 파트1이 공개된 이후 지난 1월 한달간 넷플릭스 앱 사용자수는 지난해 11월에 비해 15%가 증가한 1220여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가입자수가 정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넷플릭스뿐 아니라 국내 오티티 티빙, 웨이브 등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으나, <더 글로리>의 성공으로 ‘똘똘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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