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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강허달림과 현진영, 이런 찐케미!

등록 2023-04-24 14:00수정 2023-04-25 02:48

강허달림, 12년 만에 정규 앨범
현진영과 호흡맞춘 듀엣곡 수록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현진영(왼쪽)과 강허달림. 서정민 기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현진영(왼쪽)과 강허달림. 서정민 기자

가수 현진영은 유튜브에서 우연히 ‘외로운 사람들’ 라이브 영상을 보고 홀딱 빠져들고 말았다. “블루스에 한국적 리듬을 버무린 것이 저 세상 그루브였어요. 쇳소리는 또 어찌나 멋지던지요.” 영상의 주인공은 블루스 가수 강허달림. 그는 2015년 이정선의 원곡을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현진영은 강허달림에게 페이스북 친구를 요청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노래 제가 부르고 싶은데 엠알(MR·반주) 파일을 보내주실 수 있나요?”

강허달림은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그 현진영이 말을 건 거야? 내 노래를 부른다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파일을 보냈더니 현진영이 이에 맞춰 노래하는 걸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으로 올렸다. “높은 키를 바꾸지도 않고 진짜 잘 부르시더라고요. 그저 힙합 가수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노래 잘하는 보컬 괴물이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죠.”

강허달림 정규 3집 <러브> 표지. 윤정원 작가의 그림이다. 런뮤직 제공
강허달림 정규 3집 <러브> 표지. 윤정원 작가의 그림이다. 런뮤직 제공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맥줏집에서 만난 둘은 첫 인연을 이렇게 떠올렸다. 이는 결국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2016년 12월 강허달림 공연에 현진영이 게스트로 출연해 둘이 함께 ‘외로운 사람들’을 부른 것이다.

1990년 ‘에스엠(SM) 1호 가수’로 데뷔한 현진영은 한국 1세대 힙합 가수다. 1992년 발표한 ‘흐린 기억 속의 그대’로 크게 성공했지만, 거듭된 약물 파문으로 절정기에 활동을 멈춰야 했다. 오랜 치료와 재활 끝에 그는 2006년 ‘소리쳐봐’로 재즈힙합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재즈를 제대로 파고들고자 2007년부터 재즈 클럽에도 발을 들였다. 사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 허병찬씨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강허달림(왼쪽)과 현진영. 서정민 기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강허달림(왼쪽)과 현진영. 서정민 기자

강허달림은 서울 이태원의 블루스 클럽 ‘저스트 블루스’에서 노래하며 블루스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신촌블루스 보컬을 거쳐 2005년 첫 솔로 앨범 <독백>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지평을 넓혔다. 그는 “한국에서 블루스신은 재즈신보다 더 척박하다”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를 듣던 현진영은 “지금은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을 정도로 인정받지만, 나도 2007년 재즈신에 처음 들어가서는 무시당하고 고생했다”며 “달림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더욱 존경한다”고 말했다.

강허달림은 결혼하고 2013년 딸을 낳으면서 음악과 다소 멀어졌다. 간간이 리메이크 앨범과 미니앨범을 내긴 했지만 정규 앨범은 엄두도 못냈다. 남편 직장 때문에 제주도로 이주해 살던 그는 우연히 윤정원 작가의 그림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학부모로서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팬데믹으로 친한 사람들을 못 만나서 힘들기도 했고요. 그때 펭귄이 사람을 꼭 안아주는 윤 작가의 그림을 보고 꺼이꺼이 울었어요. 작가에게 ‘당신 그림을 새 앨범 표지로 쓰고 싶다’고 했죠. 그때부터 신곡 작업을 시작했어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현진영(왼쪽)과 강허달림. 서정민 기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현진영(왼쪽)과 강허달림. 서정민 기자

그 결과물이 지난달 나온 정규 3집 <러브>다. 무려 12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그저 나오는 대로 노래를 만들었을 뿐인데, 모아놓고 보니 죄다 사랑 노래였다. 제목을 <러브>라 붙인 것도 그래서다. 수록곡 ‘그대는 내 사랑’은 남편을 위해 만든 노래다. “남편과 부를 순 없으니 진영 오빠와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곡을 썼어요. 오빠도 아내를 위한 세레나데로 부르면 좋을 것 같았고요.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서 함께하게 됐죠.”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강허달림(왼쪽)과 현진영. 서정민 기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에서 만난 강허달림(왼쪽)과 현진영. 서정민 기자

둘이 달콤한 사랑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강허달림의 키에 맞추느라 현진영이 연신 두음을 섞은 고음으로 노래한다. 얼핏 둘의 음색이 비슷하게 들릴 정도다. 막판에 둘의 스캣(의미 없는 음절로 리드미컬하게 흥얼거리는 창법)이 용 두마리가 서로 몸을 휘감는 것처럼 엉킬 때면 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탄성을 지르게 된다.

현진영은 이 노래를 무려 9시간이나 녹음했다고 한다. “진영이 오빠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예요. 한 구절을 수십번 부르고는 그걸 다 기억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선택해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하는 거죠. 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이 된 게 아니구나 싶었죠.” “너한테 안 지려고 그랬던 거야. 저는 한마디를 부를 때도 앞에선 긁는 소리로 했다가 중간에 쉰 소리 나오고 마지막에 가성으로 끝내야겠다고 계산하면 그렇게 될 때까지 불러요. 숨소리 하나, 비브라토 하나도 안 놓치려 하죠. 달림이도 저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오빠, 저는 그냥 느낌대로 하는 건데.” “그런 즉흥도 수십만시간을 연습하며 머릿속에 수많은 스케일(음계)을 쌓아서 나오는 거야. 그래서 후배지만 달림이를 존경해요.” 둘은 5월5일 서울 이촌동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여는 강허달림 3집 발매 기념 공연에서 신곡으로 호흡을 맞춘다.

현진영은 요즘 재즈힙합 신곡 구상에 여념이 없다.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한국방송2)에도 그 과정이 살짝 나온다. 그는 “달림이와 같이 부를 블루스 곡도 하나 쓰고 있다”며 “우리 같은 ‘또라이’ 둘이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둘이서 또 일낼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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