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 ‘어린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잡지 <어린이>부록 ‘어린이 신문’ 제1호(1925년) 모습. 이 신문에는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어 직접 쓴 문예 작품과 각 지역 소년회 소식 등이 실렸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어린이들에게 잡지를 자주 읽히십시오. 어린이에게는 되도록 다달이 나는 소년잡지를 읽히십시오. 그래야 생각이 넓고 커짐은 물론이요, 또한 부드럽고도 고상한 인격을 가지게 됩니다. 돈이나 과자를 사 주지 말고 반드시 잡지를 사주십시오.”
어린이 문화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소파 방정환(1899~1931)이 주도한 조선운동협회가 만든 ‘어린이날 선전문’에 나온 내용이다. 이처럼 방정환은 어린이가 다양한 분야의 잡지를 읽는 것을 중요하게 봤고, 1923년 한글 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 잡지 <어린이>는 일제강점기 식민지와 봉건 질서에 짓눌려 있던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며 한국 어린이문화예술을 꽃피운 매체로 평가받는데,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와 전시가 풍성하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기획전시실에서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특별전 ‘
어린이 나라’를 오는 8월2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1920~30년대 잡지 <어린이>의 편집실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어린이>의 창간 배경, 제작과정, 참여자 등을 소개한다. 전시는 또 <어린이> 잡지 속 ‘어린이 나라’로 공간을 꾸미고, 어린이들이 푸른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인터랙티브 체험 영상 등을 통해 보여준다. 이외에도 잡지에 실린 문학 작품, 한글의 역사 등 다양한 읽을거리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특히 <어린이>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1976년부터 수차례 영인되어 소개되면서도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어린이> 제1권 제5~7호(1923년)가 최초로 공개된다. 이 자료는 모두 신문 형태로 발행됐고, <어린이>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세계 명작 동화인 <백설공주>를 우리나라에 최초로 번안하여 소개한 방정환의 작품과 함께,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어 직접 쓴 문예 작품과 각 지역 소년회 소식 등을 실은 <어린이> 부록 ‘어린이 신문’ 제1호(1925년)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다. 전시에는 <어린이> 외에 최초의 어린이 잡지인 <붉은저고리>의 창간호(1913년)를 비롯해 <아이들보이> 창간호(1913년) 등도 전시되는데, 이러한 잡지들은 대부분 짧은 기간 발간되다가 자취를 감추었으나 <어린이>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10만여 명의 국내외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것이 특징이다.
소파 방정환의 뜻을 계승해 학술연구와 어린이문화예술 활동 등을 펼쳐온 한국방정환재단은 <어린이> 잡지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어린이 영상잡지 ‘어린이가 만든 어린이’를 5일 창간하고 영상을 유튜브(
https://www.youtube.com/@Eorini_)에 공개했다. 염희경 한국방정환재단 연구부장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요즘 어린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영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데 어린이를 위한 영상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종이 잡지에서 다양한 꼭지를 다루는 것처럼 다양한 꼭지들의 이야기로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영상잡지 창간호에는 7개 돌봄센터에서 어린이 기자 16명을 포함한 176명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했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영상잡지는 ‘꽃다운 말싸움’ ‘심심뽀개기’ ‘랜선 탐험’ ‘나도방정환’ ‘나도장영실’ 등 다채로운 코너로 이뤄졌고 앞으로 영상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계획이다. 염 실장은 “1923년 어린이 잡지를 보면 ‘닭알팽이’라고 달걀로 팽이를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그때처럼 팽이도 만들어보고 어린이들이 최신식 팽이를 만들어서 과거 팽이와 비교해보는 식으로 재밌는 코너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방정환 선생이 만든 어린이잡지는 다른 동시대 잡지들과 달리 독자의 목소리를 담고 독자와의 소통을 가장 중시했다”며 “이번 창간호에는 아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보다는 아이들이 활동하고 대학생 봉사자가 찍어주고 편집을 했는데 앞으로는 아이들이 직접 찍는 영상 콘텐츠들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단은 이외에도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과 연계해 ‘어린이의 마음을 그려요’라는 행사를 오는 20일 연다. 이 행사에서는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몸, 말, 글로 소통하며 큰그림으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특별한 그리기 활동을 한다. 재단은 또 오는 12일 성균관대학교 다산경제관 208호에서 영화 <다음 소희>를 특별 무료상영하고 정주리 감독과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한편, 13일엔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비교문화연구소와 손잡고 ‘2023 작은물결포럼’을 개최한다. 이 포럼에서는 밀려나있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깊게 다뤄온 김중미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