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 겸 프로듀서 250은 트로트와 첨단 전자음을 결합한 앨범 <뽕>과 뉴진스 프로듀서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뭔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는 여전히 꿈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3월 내놓은 첫 앨범 <뽕>의 첫 곡 ‘모든 것이 꿈이었네’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기라도 한 듯했다. 하지만 꿈은 아니다. 디제이 겸 프로듀서 250(이오공, 본명 이호형)에게 지난 1년여간 일어난 일들은 꿈같지만 현실이다.
“하나쯤은 받지 않을까 했는데, 4관왕이 될 줄은….” 지난 8일 서울 삼각지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250은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부터 떠올렸다. 트로트와 첨단 전자음을 결합한 앨범 <뽕>으로 후보에 오른 5개 부문 가운데 ‘올해의 음반’ 등 무려 4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250. 한국대중음악상 제공
“올해의 음반으로 호명되는 순간 속으로 ‘와, 진짜야?’ 했어요. 앨범 만들면서 ‘과연 이게 좋은 걸까?’ 끝없이 의심했거든요. 남들이 안 한 거 하고 싶은 욕심과 대중적이고 익숙한 음악을 좋아하는 귀 사이에서 휘청휘청하며 만들었는데, 그 고민과 방법론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죠.”
‘올해의 음악인’ 수상은 케이팝 프로듀서로서의 활약상도 반영된 결과다. 이전에도 보아, 엔시티(NCT) 127, 있지 등 케이팝 음악을 작업했던 그는 요즘 대세 그룹 뉴진스의 ‘어텐션’, ‘하이프 보이’, ‘디토’ 작업으로 주가를 올렸다. 그는 “<뽕>과 뉴진스 음악 모두 스포츠 팀플레이 같은 협업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함께한 분들께 고맙다”고 전했다. 뉴진스를 만든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는 민 대표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있던 시절부터 같이 작업한 인연이 있다고 귀띔했다.
트로트와 첨단 전자음을 결합한 앨범 <뽕> 표지.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뽕> 작업을 하면서 외로움, 우울함, 애잔함 같은 감정을 만드는 건 뭘까를 파고들다 보면 힘들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면 케이팝 작업을 했어요. 바람 쐬고 물 한 잔 마시듯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업하다 보니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이후 그는 방송사 뉴스 스튜디오에 나가 인터뷰를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함부르크 리퍼반 페스티벌에서 첫 국외 쇼케이스를 연 데 이어, 다음달 7~11일 일본 오사카·나고야·도쿄 등을 도는 첫 투어도 한다. 오는 7월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공연 ‘아직도 모르시나요’를 펼치고, 서울재즈페스티벌, 디엠제트(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등 음악 축제에도 나간다.
250의 6월 일본 투어 포스터.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독일 공연 때는 금발에 파란 눈인 현지인이 대부분이었어요. 뽕짝이 생소할 텐데도 직관적으로 반응하며 춤을 추더라고요. 독일에선 음악을 트는 디제이 형태로 했는데, 일본에선 키보드 여러대 놓고 실제 연주도 하려고 해요. 세종문화회관에서 기획공연으로 저를 불러준 건 그곳 틀에 맞추길 바라서가 아니라 ‘당신이 뭐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십시오’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실험적이고 과감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는 이 모두가 ‘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과정 같다고 했다. 8년 전 소속사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뽕은 무엇인가?’에 대한 지난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뽕짝 메들리’를 사서 들으며 전국 방방곡곡 지역축제를 누빈 과정은 ‘뽕을 찾아서’라는 유튜브 영상에 담았다. 마침내 지난달 ‘뽕을 찾아서’ 마지막화가 올라왔지만, 그는 아직도 뽕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내 방식대로의 뽕을 찾았을 따름이며, 그것이 앨범 <뽕>이라 했다.
250은 ‘뽕’ 다음 프로젝트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준비 중이다.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다음 프로젝트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다. “한국 대중음악에 뿌리 박힌 게 뽕이라면, 세계 대중음악의 근간은 미국 음악”이란 생각에서다. 그는 “중학생 때 잔뜩 멋 내고 강남역 타워레코드 가서 힙합 앨범 만지작거리며 퍼프 대디의 ‘아일 비 미싱 유’ 같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괜히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며 “나에게 멋있는 음악, 내가 들으면 폼나는 음악을 파보려 한다”고 말했다.
“‘뽕’이 슬픔은 무엇인가에 관한 거였다면 ‘메이드 인 아메리카’는 행복은 무엇인가에 관한 프로젝트예요. <뽕> 작업이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쥐어짜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행복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