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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4년 만의 복귀는 OTT…짧은 여행에 담긴 삶의 애틋함

등록 2023-05-24 13:58수정 2023-05-24 19:33

웨이브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웨이브 제공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웨이브 제공

여행 예능만큼이나 여행 영화도 많다. 그런데 여행 드라마라면? 여행가고 싶은 풍경을 로케이션으로 담은 드라마는 많지만 ‘여행’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의외로 없다. 24일 전체 8부작 중 4부를 공개한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가 새로운 이유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드라마일 줄 알았더니, 삶에 대한 비범한 통찰을 담은 인생드라마다. <더 글로리> 이후 오랜만에 올해 최고의 오티티 드라마 목록에 오를 만한 수작이 나왔다. 특히나 갈수록 맵고 짠 소재가 늘어나는 오티티에서 오랫만에 만나는 담백한 평양냉면 맛 콘텐츠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종필 감독이 연출한 <박하경 여행기>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박하경(이나영)이 주말에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을 그린다. “아무데도 안가면 못견딜 거 같고 동시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박하경은 기차나 버스를 탄다. 해남, 군산, 부산, 속초 등 회차마다 한 도시를 가는데 흔히 알려진 명소들은 나오지 않는다. 해남 미황사의 템플스테이 하루를 그린 1화와 부산국제영화제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부딪힌 남자(구교환)와의 ‘썸’을 그린 3화처럼 여행 자체의 기쁨이나 설렘을 그린 에피소드도 있지만 여행지 언저리의 회차들이 더 흥미롭다.

드라마 &lt;박하경 여행기&gt;. 웨이브 제공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웨이브 제공

2화 군산편에서 박하경은 군산에서 미술가로 활동하는 제자 연주(한예리)의 전시회를 찾아간다. 한 카페에서 열린 전시는 썰렁하고 제자의 동료들은 어색하기만 하다. 뜬금없고 재능도 잘 모르겠는 제자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박하경은 마음이 착잡해진다. 4회 속초편은 속초 여행이 아니라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터미널이 주무대다. 티브이 뉴스를 보면서 세태를 개탄하고 젊은이들의 게으름을 나무라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던 남자 노인(박인환)은 갑자기 맞은 편에 있던 박하경에게 타박의 화살을 돌린다. 하경은 전형적인 ‘꼰대’ 훈계를 참다가 발끈하지만 버스 안에서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회차마다 쿠키 영상으로 다음 회의 힌트를 주면서 이어지지만 한편 한편이 완성도 있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25분짜리 미드폼 안에 박하경의 여정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담긴다. 그 만남은 이야기로 가득한 사건·사고가 아니라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에 가깝다. 드라마는 대사 대신 풍경과 박하경의 얼굴로 이 인연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파장을 응시한다. 여정 자체의 설렘도 있지만 그 가운데 만나는 어색하거나 외롭거나 쓸쓸한 순간들도 섬세하게 표현됐다. 또 박하경이 각각의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구교환, 한예리, 박인환, 조현철, 심은경 등 실력 있는 배우들이 참여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lt;박하경 여행기&gt; 포스터
<박하경 여행기> 포스터

23일 열린 시사 뒤 간담회에서 이종필 감독은 “여행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공감이나, 기쁜 것도 우울한 것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tvN) 이후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나영은 뻘줌한 상황과 싱거운 말투, 무덤덤한 표정 속에 다양한 심사를 담아내면서 ‘인생 캐릭터’ 갱신이라고 할 만큼 매력적으로 박하경을 연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나영은 “뭔가 채우기보다 덜어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한예리씨와의 무덤덤한 대화장면이나 다른 장면들에서도 이상하게 애틋한 마음이 들어 자주 울컥했다”며 “시청자들이 박하경의 모습 안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상념에 빠지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5~8화가 공개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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