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의 한 탄광촌에서 광부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벌인 투쟁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할란카운티>(7월16일까지)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된 실제 사건을 통해 2023년의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할지를 곱씹게 한다.
<할란카운티>는 미국 켄터키주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담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할란카운티 유에스에이(USA)>(1976)를 모티브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작품제작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2019년 부산에서 초연했고, 서울에서도 선보였다. 2021년 서울 충무아트센터 재연 공연에 이어, 이번에 규모를 더 키워 세번째 무대를 올리게 됐다.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100여년이 지난 1970년대에도 여전히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는 흑인 라일리와 함께 다니엘은 북부 뉴욕으로 떠난다. 그러나 도중에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 탄광촌 할란카운티로 향하게 된다. 할란카운티에서는 광부 존이 동료들과 함께 광산회사의 횡포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투쟁하고, 누군가는 희생한다. 존 역은 류정한·안재욱·임태경·이건명, 다니엘 역은 이홍기·박장현·이병찬·홍주찬이 맡았다.
유병은 연출은 25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2017년 이 작품을 처음 쓰면서 궁금했던 것은 ‘정의는 어떤 모습일까? 정의는 누구에게나 같은 것일까?’였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자 생각하는 정의가 다 다르다. 관객들에게 누가 옳다고 강요하기보다는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극작과 연출 의도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가 연일 노조를 압박하는 요즘 상황에서 노동운동을 다룬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해 유병은 연출은 “지금 노동자 이슈가 매일 뉴스로 나오는데, 항상 양면이 있다. 노조가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노조 시위로 불편해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각자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전 시즌 공연에서 정의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시즌에는 자유에 중점을 뒀다고 유병은 연출은 설명했다. 그는 “요즘 자유가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자유는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걸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가능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번 무대 연출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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