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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은 거대한 무대였다…세종대왕 때 과거시험·연희터 발굴

등록 2023-05-31 08:00수정 2023-05-31 09:29

‘고종의 길’ 월대 아래서 조선초기 국가 행사장 시설물 드러나
광화문 월대 유적 아래서 새로 발견된 조선 전기 행사장터 유적. 전차 철로가 갈라지는 부분 바로 위쪽에 드러난 직사각형 모양의 발굴 구덩이들 속의 석렬과 석재가 바로 이 유적의 자취다. 어도 부분의 아래쪽 지층을 동서축 남북축 방향으로 파들어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광화문 월대 유적 아래서 새로 발견된 조선 전기 행사장터 유적. 전차 철로가 갈라지는 부분 바로 위쪽에 드러난 직사각형 모양의 발굴 구덩이들 속의 석렬과 석재가 바로 이 유적의 자취다. 어도 부분의 아래쪽 지층을 동서축 남북축 방향으로 파들어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고종의 길’ 아래 땅 속엔 선대 왕들이 차린 무대가 묻혀 있었다.

조선 초기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에서 임금과 신하들이 연희 등 각종 행사를 열었던 흔적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지난달 공개된 광화문 월대 유적의 복원·정비를 위해 벌인 추가 발굴조사 과정에서 19세기말 고종이 건설한 월대 권역의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 아래 지층에서 조선 초기 행사장 터로 추정되는 자취를 일부 확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광화문 월대의 규모와 기초시설, 전체 모습 등을 공개한 뒤 벌인 것이다. 발굴된 월대가 축조되기 전인 조선 초기부터 광화문 앞 공간이 행사장으로 활용됐다는 것은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서에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 유적을 통해 구체적인 물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월대 어도 터 아래 땅속에서 나온 조선 전기의 네모진 석재. 행사를 위한 차양막 등을 다는 고정쇠를 박았던 시설물로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월대 어도 터 아래 땅속에서 나온 조선 전기의 네모진 석재. 행사를 위한 차양막 등을 다는 고정쇠를 박았던 시설물로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발굴한 조선 전기 유적은 월대의 어도 터 서쪽 기초시설 아래 약 120㎝ 아래 땅속 지층에 있는 조선전기 문화층의 최상단에서 확인된다. 사각진 석재 한개(76×56×25㎝)를 중심으로 양쪽에 돌로 열을 지은 시설 터인 석렬의 흔적이 남북방향으로 각각 한 줄씩 배열된 얼개다. 특히 네모진 석재의 중앙에는 직경 6㎝의 철제 고정쇠가 박혀 있어 주목된다. 이런 형태는 조선시대 궁중 행사에서 햇빛을 가리기 위해 사용되는 차일을 고정하는 시설물 장치와 비슷한데, 경복궁 근정전이나 종묘의 바닥에 설치된 석재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광화문 월대 유적과 그 아래서 새로 발견된 조선 전기 행사장터 유적을 각기 다른 색면으로 표시한 설명 사진. 전차 철로가 갈라지는 부분 바로 위쪽에 드러난 직사각형 모양의 발굴 구덩이들 속에 있는 석렬과 석재가 바로 이 유적의 자취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광화문 월대 유적과 그 아래서 새로 발견된 조선 전기 행사장터 유적을 각기 다른 색면으로 표시한 설명 사진. 전차 철로가 갈라지는 부분 바로 위쪽에 드러난 직사각형 모양의 발굴 구덩이들 속에 있는 석렬과 석재가 바로 이 유적의 자취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양쪽 석렬의 남은 너비는 약 85㎝로, 길이 20~30㎝의 크고 작은 석재가 남북방향으로 길게 이어지는 모양새를 보인다. 이런 석렬들이 동쪽 어도 터 아래 지층의 발굴 구덩이에서도 일부 드러난 점에서 고종년간 만든 월대의 어도터 아래 지층에 전체적으로 유사한 양상의 조선 전기 시설 유적이 묻혀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광화문 밖 공간 활용과 관련해서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서에 여러 기록들이 나온다. 1442년 세종 때 광화문 밖에 임시로 꾸린 임금의 처소인 장전(帳殿)을 놓고 여기에 세종이 나와 친히 무과 시험을 보였다는 기록을 필두로 (세종실록 97권) 광화문 밖에 오색 비단 장막을 늘어뜨린 장식 무대인 채붕(綵棚)을 맺고 놓고 다양한 놀음인 잡희(雜戲)를 베풀거나(세종실록 127권, 1450년) 산대놀이판을 벌여 한참 구경했다는 기록(중종실록 90권, 1539년)이 전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전기 유적은 당대 놀이판 등의 행사에 쓰인 시설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또 추가조사를 통해 광화문 밖 공간의 퇴적양상은 자연층에서 조선전기 문화층(14~16세기)과 조선 중·후기 문화층(17세기 이후), 월대 조성층(19세기)을 거쳐 근현대도로층(20세기)의 순으로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전기 문화층은 앞선 2007년 광화문 발굴조사에서도 확인된 층이다.

연구소 쪽은 “추가 발굴결과로 미뤄 광화문 앞 공간에서 고종년간 월대와 같은 형식의 선대 건축물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조선 전기부터 바닥에 돌을 깔아 축조하는 방식의 시설들을 갖추고 다양하게 활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발굴조사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해 경복궁 광화문과 월대 공간과의 연관성, 활용성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광화문 월대터 유적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일제가 부설한 전차철로가 와이(Y)모양으로 앞부분을 깔아뭉개고 지나간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월대 아래서 새로 발견된 조선전기 행사장터 유적은 전차 철로가 갈라지는 부분 바로 위쪽에 드러난 어도 부분의 아래쪽 지층을 굴착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광화문 월대터 유적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일제가 부설한 전차철로가 와이(Y)모양으로 앞부분을 깔아뭉개고 지나간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월대 아래서 새로 발견된 조선전기 행사장터 유적은 전차 철로가 갈라지는 부분 바로 위쪽에 드러난 어도 부분의 아래쪽 지층을 굴착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월대 어도 터 밑 지층에서 드러난 조선 전기 유적 세부. 돌들이 열을 지은 석렬이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월대 어도 터 밑 지층에서 드러난 조선 전기 유적 세부. 돌들이 열을 지은 석렬이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19세기 말 고종 대 만든 월대의 어도 터 바닥면과 그 아래 발굴 구덩이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 월대 아래 퇴적층과 조선 전기 유적의 자취가 한눈에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19세기 말 고종 대 만든 월대의 어도 터 바닥면과 그 아래 발굴 구덩이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 월대 아래 퇴적층과 조선 전기 유적의 자취가 한눈에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경복궁 근정전 앞 바닥면 석재 일부에 박힌 쇠고리. 광화문 앞 월대터 아래 지층에서 나온 네모진 석재와 모습이 비슷하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경복궁 근정전 앞 바닥면 석재 일부에 박힌 쇠고리. 광화문 앞 월대터 아래 지층에서 나온 네모진 석재와 모습이 비슷하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고종 재위기 만든 광화문 월대의 어도 터 바닥면 아래를 굴착한 단면을 수직축으로 찍은 사진. 어도 터 아래 조선 중후기 퇴적층과 더 아래쪽에 있는 조선 전기 층이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고종 재위기 만든 광화문 월대의 어도 터 바닥면 아래를 굴착한 단면을 수직축으로 찍은 사진. 어도 터 아래 조선 중후기 퇴적층과 더 아래쪽에 있는 조선 전기 층이 보인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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