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로봇 제공
너에게 취한 밤/ 온 세상은 너 하나로 다 흔들리던 그때 이별의 감정을 담은 ‘뜨거운 안녕’과 달리 만남의 설렘을 담은 노래다. 그런데 오히려 ‘뜨거운 안녕’의 비트가 훨씬 신나고, 멜로디도 훨씬 밝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할 뿐 한번도 뜨거워지지 않는다. 오직 기타 두대와 그의 목소리뿐. 복잡한 전자음도 귀 아픈 드럼 소리도 다 걷어냈다. 통기타가 리듬을 맞춰주고 맑은 톤의 전자기타는 연주라기보다는 조곤조곤 함께 노래하는 듀엣처럼 들린다. 가수 활동을 25년 넘게 했는데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그 사람들 대부분도 ‘뜨거운 안녕’을 부른 가수로만 그를 알지만, 그는 늘 감사하다고 한다. ‘뜨거운 안녕’이라는 노래를 만난 건 행운이었고, 아직 자기 노래를 들어주는 분들에게 고맙다고. 나 역시 그에게 감사한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은 그가 아직도 젊은 사랑을 노래해줘서 고맙다. 젊은 시절 외모 칭찬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눈을 돌리지 않았고, 너도나도 트로트를 기웃거릴 때도 혹하지 않았고, 너도나도 케이팝 스타일로 노래를 편곡할 때도 꿋꿋하게 자기 색깔을 지켜줘서 고맙다. 멍하니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은 심각한 일 천지다. 전쟁이 터질 것 같고, 경제 전망은 복잡하고, 정치인들은 늘 뭔가 큰일 났다고 소리친다. 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란다. 이런 세상에서 사랑 타령이 가당한가 싶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사랑 타령이 필요한 때일지도 모르겠다. 봄이 물러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태도를 풀고 수다 떨기 딱 좋은 계절이다. 자전거 타고 강가를 달리기에도 딱 좋은 계절이다. 합정이나 상수 혹은 어디에서든 소소한 술자리를 갖기 딱 좋은 계절이다. 선선하고 달콤한 바람 같은 이 노래를 듣기 딱 좋은 밤이다. 어느 밤 취한 밤, 그대와 함께라면 더 좋을 텐데.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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