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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왜 나를 보며 대사를? 시청자한테 말 거는 요즘 드라마

등록 2023-06-07 15:18수정 2023-06-07 19:41

tvN ‘이로운 사기’ 주인공이 시청자한테 설명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 제주편 문답식 구성
내용과 맞는 신선한 기법 뻔한 내용 새롭게
시청자를 보며 상황을 얘기하는 형식을 사용해 사기라는 소재의 맛을 살린 <이로운 사기>. tvN 제공
시청자를 보며 상황을 얘기하는 형식을 사용해 사기라는 소재의 맛을 살린 <이로운 사기>. tvN 제공

드라마 <이로운 사기>(tvN)의 주인공 이로움(천우희). 10년간 억울하게 감옥살이한 그가 출소하자마자 향한 곳이 카지노다. 이로움의 상황이 안타까운 시청자들이 “저러다 또 오해받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가 말을 자른다. “무슨 말 할지 잘 알아. 감방에서 10년을 썩고 집행유예까지 받은 마당에 무슨 도박이냐는 거잖아.” 그리고는 뒤돌아 화면 밖 ‘나’를 응시하며 한마디를 날린다. “입 다물고 봐! 이건 도박이 아니야!”

주인공이 시청자한테 말을 건다. 지난달 29일 시작한 <이로운 사기>는 이로움이 중간중간 시청자한테 설명하는 일명 ‘방백’ 설정이 뻔한 내용을 신선하게 만든다. ‘방백’은 다른 인물은 안 들린다는 전제로 관객한테만 얘기하는 연극 기법이다. 영화나 국외 드라마에서는 종종 사용하지만 국내 드라마에선 흔하지 않은 기법이다. 2013년 넷플릭스가 만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방백을 적절히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인물의 생각이나 상황은 주로 내레이션이나 혼잣말로 전달됐다. 2017년 <초인가족> 등에서 시청자한테 말은 걸어봤지만,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

<이로운 사기>는 국내 주요 미니시리즈에서 방백을 주요 장치로 등장시킨 드문 시도다. 이로움이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사기를 치는 내용과 방백이 적절해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상황 설명이나 속마음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인공 행동에 대한 시청자 생각을 예측해 한발 앞선 대사로 소통하는 느낌을 준다. 한번 본 건 다 기억하는 이로움이 카지노 내부를 걸으며 ‘블랙잭’으로 돈을 따는 원리를 설명하는 장면은 시청자 이해도를 높인다. “블랙잭은 처음 라운드 내용이 다음 라운드에 영향 미치는 게임이야…정정할게. 이제부턴 사기가 아니야!” 시청자는 “천우희가 언제 화면을 보며 얘기할지 궁금해 보게 된다” “주인공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내용에 더 몰입하게 된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익숙하지 않아 낯설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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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경 여행기> ‘빵의 섬’ 편에서는 제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이들의 인터뷰를 담아 시청자한테 정보를 제공한다. 웨이브 제공

드라마는 20분, 4부작 등 형태를 떠나 연출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2021년 <라켓소년단>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떡볶이를 먹으며 맛을 설명하다가 “너네 누구한테 얘기하냐”는 친구의 말에 일제히 카메라를 쳐다보기도 했다. 간접광고(PPL)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표현하는 영리한 연출로 평가받았다. 최근 공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 ‘제주’ 편에서는 주인공 박하경(이나영)이 제주에서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내용을 다른 회차와 달리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실제로 제주에서 ‘빵집’을 하는 이들을 등장시켜 제작진이 자막으로 질문하고, 주인이 답하는 식이다. 제주에는 빵집이 많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유와 빵 종류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드라마 맛도 잃지 않는다.

<이로운 사기>도 사기라는 설정과 방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시청자한테 말을 걸 때와 걸지 않을 때 다른 매력이 나오는 천우희 연기도 인상적이다. 사기 내용에 따라 블랙코미디, 스릴러 등 여러 재미가 나온다. 그러나 형식이 일시적인 신선함을 줄 순 있지만, 역시나 중요한 건 내용이다. <이로운 사기>는 기억 천재였다가 학창 시절 어떤 사건으로 감정이 마른 이로움이 다른 사람한테 과하게 감정 이입하는 과공감증후군을 앓는 변호사 한무영(김동욱)을 만나 진범을 찾아 나선다. 두 사람이 알고 보니 어릴 때 인연이 있고, 그래서 한무영이 이로움을 무조건 돕는 식의 설정이 익숙하고 뻔하다. 주인공이 두 명이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도 이야기 전개를 위한 손쉬운 선택 같아 아쉽다. 이수현 피디는 “사기 치는 설정 특성상 이야기가 역순으로 보이는 구성이 많아 시청자들이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는 데 혼란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보고 시청자와 눈을 맞추는 ‘방백’ 방식을 적용했다. 이 부분이 이질적이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촬영 기법 등에 특히 고민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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