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영화발전기금 예산을 부실하게 운영하고 지원대상 선정에도 불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사업 체계를 전면 정비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문체부가 낸 자료를 보면 영진위는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을 목표로 2019년부터 예산 69억 원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과의 합의 도출에 실패하며 기구 설립이 사실상 결렬됐다. 그런데도 올해 교류행사 명목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상대국 호응이 없는 사업을 5년간 끌고 오면서 24억 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체부는 영진위가 한한령과 코로나19로 한국영화 개봉과 유통이 이뤄지지 않아 중국사무소 역할이 축소됐음에도 지난해까지 인원을 4명으로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서야 2명으로 줄이는 등 방만 경영을 해왔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후속 조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도 대부분 사업이 종료되고 올해는 연구용역 예산 1억원만 책정됐지만 운영 연장을 결정해 인력과 예산이 계속 투입됐다.
지난해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에선 신청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상영관에 예산을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영진위에 채무가 있는 상영관은 신청 자격이 없는데도, 신청을 받아준 뒤 최종 선정해 1억1400만 원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공모사업 심사의 전문성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영진위는 공모 심사를 위해 1천여 명 규모의 심사위원 풀을 운영하고 있으나 후보자 자격 기준이 지나치게 낮고 심사위원 후보자군을 검증하는 외부평가 절차 없이 사무국에서 자격 기준 부합 여부만 형식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코로나와 영상콘텐츠산업 환경 변화로 한국영화산업이 위기에 놓인 만큼 영진위에 이를 돌파하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진위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 “한-아세안 영화기구는 각 국가 정부별 공식 협약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설립이 어렵다고 판단, 내년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향후 주무 부처와 적극 협의해 조정해 나가고, 영화정책 전문기구로서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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