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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표 관리에 진흙탕”…부산영화제 집행부 갈등 격화

등록 2023-06-20 16:05수정 2023-06-21 09:32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용관 이사장 사의에도 수습 난망
26일 임시총회서 조종국 운영위원장 해촉안 논의
부산국제영화제. <한겨레> 자료사진
부산국제영화제. <한겨레> 자료사진

부산국제영화제의 내홍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달 초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고 이용관 이사장도 사의를 표명했지만 영화제 내부 갈등은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두 핵심인물이 비켜난 사태의 중심에는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거취가 있다. 공석이 된 집행위원장의 권한 대행을 맡게 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19일 에스엔에스(SNS)에 “영화계 단체에서 조종국 반대 목소리가 높고 수위가 점점 커져 사퇴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면서 “조종국(위원장) 문제 때문에 잃는 것이 너무 크고 심각해 해촉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썼다. 선임 이후 침묵을 지켜온 조 위원장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영화제 이사회는 26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 운영위원장 해촉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운영위원장은 5월 총회에서 갑자기 나온 사안이 아니라 2018년 구성된 조직 쇄신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내용이고 2019년 2월 정기총회 보고서에 중장기 실천계획으로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집행위원장과 행정업무를 하는 운영위원장으로 이원화한다고 명시했다”면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를 선임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낼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사표를 제출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영화제 때 이용관 이사장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지만 허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내부 동의가 중요하다고 말해 올 초부터 운영위원장 직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온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또 영화인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과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할 때 영화인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졌다”면서 “영화제 쇄신과 새 이사장 추대를 위한 절차적 준비 등이 진행되어야 하는 시점에 개인 죽이기로 사태가 흘러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와 내부 직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남 프로그래머는 “집행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이원화 체제는 2019년 보고서가 나온 이후 논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허문영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영화제의 중장기 계획을 브리핑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도 이원화 체제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에 끝난 사안인 줄 알고 있었다”며 “최근 총회에서 갑자기 다시 수면 위로 올라 내부에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6월부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출품작과 영화인 게스트 섭외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사태가 해결되면 이야기하자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보이콧을 하겠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올 영화제의 준비를 어렵기 때문에 조종국 위원장의 해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운영위원장 주장과 달리 허문영 전 위원장이 조 운영위원장 선임을 반대했다는 내부의 지적도 있다. 지난달 12일 오석근 아시아컨텐츠및필름마켓 위원장의 직원 간담회 녹취록에서는 허 전 위원장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이사장이 결정한 부분이기에 적극적으로 수용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오 위원장이 전달한 내용이 나온다.

조 운영위원장의 거취문제는 이번 사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일 뿐 문제의 핵심은 거버넌스, 즉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면서 독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용관-강승아(부집행위원장)-오석근 체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을 역임했던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조종국 위원장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상황이 맞고 영화제가 커지면서 규모에 맞는 이원화 체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이걸 수십년간 영화제를 움켜쥐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문제들을 쌓아온 구체제가 틀어쥐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이용관 이사장을 비판했다. 또 “세대의 물갈이가 돼서 젊고 능력 있는 영화인들이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영화제를 혁신해야 하는데 벌써 이사회의 표관리에 들어가는 진흙탕이 됐다”며 “26일 조종국 위원장 해촉안과 함께 혁신위원회 구성안 등이 제대로 틀을 잡아야 영화제 정상화의 분기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즉각사퇴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이은 회장 역시 “부산영화제를 포함해 영화계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오랫동안 영화제를 이끌어온 이용관 이사장에게도 영화제를 아끼는 진심은 있겠지만 영화제 쇄신의 주체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야 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6일 임시총회에서 조종국 위원장 해촉안이 가결돼도 이른 시일 내에 문제가 정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 위원장은 해촉안이 가결될 경우 해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위원장은 “업무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관에도 해당되지 않는 이유로 해촉을 강행할 경우 최소한의 항변할 기회도 없이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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