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이순신 유물 일괄’ 가운데 칼 한쌍을 ‘이순신 장도’라는 명칭으로 국보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22일 예고했다. 이순신 장도는 길이가 약 2m로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한쌍의 칼이다. 문화재청 제공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결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은 지금도 전한다. 1598년 노량해전에서 흉탄에 맞아 절명하기 전까지 좌우명처럼 살펴보며 전의를 가다듬었던 두 자루의 긴 칼(장검)이다. ‘충무공 장검’ 혹은 ‘이순신 장도’로 불리는 두 칼은, 장군이 지어 칼날 위쪽에 새긴 두 시구 덕분에 그의 분신과도 같은 유품이 됐다.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떤다’는 뜻의 ‘三尺誓天山河動色’(삼척서천산하동색)과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는 뜻의 ‘一揮掃蕩血染山河’(일휘소탕혈염산하)란 시구가 그것이다.
‘이순신 장도’가 국가보물이 된다. 충무공 종가의 유산으로 전하다가 1963년 장군의 유품인 옥로(갓 위를 장식하는 옥 공예품)와 허리띠(요대), 잔과 받침 등과 함께 ‘이순신 유물 일괄’이란 통합명칭으로 국가보물에 지정됐고, 2000년대 이후로 충남 아산 현충사에 기탁돼 보관 중이던 두 자루의 칼에 대해 문화재청이 22일 단독 국보 지정을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이순신 유물 일괄’에는 허리띠를 보관했던 원형 나무함(요대함)을 목록에 추가시켜 지정 예고했고, 원래 포함됐던 ‘잔과 받침’ 유물은 ‘도배구대’란 한자 이름 대신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으로 공식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이순신 장도’는 각각의 길이가 약 2m에 달하며 칼과 칼집의 크기와 모양새가 거의 같은 한쌍의 갖춤을 이뤄 <이충무공전서>(1795)의 기록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칼자루 슴베에 ‘갑오년(1594) 4월에 장인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뜻의 ‘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칼날에 새긴 명문과 물결무늬 선각장식, 칼자루·칼집의 테와 고리를 장식한 은입사 기법, 가죽·금속·칠 등 다양한 전통공예 기법 등이 조화롭게 활용됐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고려·조선시대 불교 혁신운동 ‘결사’의 거점이었고 19세기 실학자 정약용이 유배 와서 인연을 맺은 전남 강진 백련사의 대웅보전도 이날 국가보물로 지정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도판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