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커넥트>(디즈니플러스)는 일본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함께한 경우였다. 이번에는 한국 감독이 일본 배우들과 작업하는 시도가 이뤄졌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지난 9일 공개된 영화 <시 히어 러브>(See Hear Love)는 한·일 합작품이다. 이재한 감독과 촬영감독 등 주요 스태프는 한국인이고, 야마시타 도모히사와 아라키 유코 등 배우들은 모두 일본인이다. 한국 제작사 코크스(COCCS)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실사물(드라마·영화)은 한국이 잘 만든다는 생각에 함께 작업하기를 선망한다”며 “감독뿐 아니라 한국 스태프들이 참여하면서 한국 제작 능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 히어 러브>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내세웠다. 앞을 못 보게 된 만화가 이즈모토 신지와 선천적으로 듣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다 히비키의 사랑 이야기다. 힘든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으로 사람은 사람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에서 ‘야마삐’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일본 아이돌 그룹 ‘뉴스’ 출신 야마시타 도모히사가 신지 역을 맡았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시력을 잃게 된 분들이 절망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마음을 전하려 했다”며 “학창 시절에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보며 이재한 감독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히비키 역의 아라키 유코는 “사랑의 힘,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등이 얼마나 강인한지, 어떤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 등을 배우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시 히어 러브>는 공개 직후 12일 연속 일본 아마존 프라임에서 1위에 올랐고, 배경음악도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직후 한국 제작진의 섬세한 연출이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라키 유코는 “감독님이 섬세한 표정이나 목소리 톤 등 세심한 곳까지 봐주더라”고 했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일본은 인서트 컷의 경우 소품은 금방 촬영하는데, 한국은 소품 하나도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여러번에 걸쳐 찍더라”고 했다.
초상권 등을 중요하게 여기며 온라인 문화에 다소 폐쇄적인 기획사 소속이었던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오티티 시대를 맞아 전세계 문화가) 점점 경계의 선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싶고 다양한 경험을 우선 쌓고 싶다. 문화는 테두리일 뿐 그 안의 것을 탐구해보고 싶다”며 다른 나라 스태프들과 작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9년 일본과 유럽이 공동 제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훌루 드라마 <더 헤드> 등 여러 나라 작품에 참여해왔다.
이 영화는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가 원작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서비스되지 않는 한국에서는 상영관과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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