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특별전 제 2섹션 전시장 ‘재즈’의 핵심 출품작인 <재즈>. 1947년 병상의 마티스가 색종이를 오려내어 만든 말년의 걸작 작품집이다. 씨씨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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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티스는 색채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그렇다. 프랑스 야수파 거장 앙리 마티스(1869~1954)가 붓으로 그리거나 가위로 잘라 붙여서 빚어낸 색면들은 언제나 깊고 다채롭다. 확대된 복제그림이나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미디어아트도 감흥을 크게 깎아 먹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그림의 색과 형상 자체를 파고들어 갔던 대가의 열정과 감각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지금 서울 건대 앞 롯데시네마 3층 CxC 아트 뮤지엄에 가면 앙리 마티스의 그림 속을 색다른 감각으로 유영할 수 있다. 내년 거장의 서거 70주기를 맞아 한겨레신문사와 전시전문기획사 ㈜씨씨오씨가 공동주최하는 특별전 ‘앙리 마티스, 러브 앤 재즈(LOVE & JAZZ)’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 특별전은 마티스의 인생 후반부를 수놓은 ‘커팅’으로 불리는 색종이 작업과 아티스트 북, 석판화 작업들을 중심으로 후대 작가들의 헌정 ·협업 작업들까지 망라하면서 거장이 미술과 디자인에 미친 지대한 그늘을 조망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작가의 판화, 아트북, 포스터 등 150여점의 출품작들과 함께 앙리 마티스의 직계 후손인 장 마튜 마티스가 세운 ‘메종 마티스(Maison Matisse)’ 후원으로, 현대작가들과 협업으로 만들어낸 마티스 헌정 에디션, 소품들을 국내 처음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마티스 특별전 전시장 말미에 딸린 미디어룸. 마티스의 대표작인 <붉은방>(1908)의 화폭 이미지들이 생동하는 동영상이 되어 삼면의 벽으로 흘러간다. 씨씨오씨 제공
전시의 고갱이는 팔십 넘은 노년기에 붓 대신 잘라서 이어붙인 색종이 연작들로 만든 그의 최고 걸작 작품집으로 꼽히는 <재즈>(1947)의 주요 출품작들을 소개하는 두번째 섹션 ‘재즈’다. 십이지장암으로 침대에 누워 투병하면서 색에 대한 순교자적인 열정으로 만든 커팅 작업의 최고 명작들을 담은 대표작 <재즈>의 원본과 실린 주요 작품들이 마티스 블루로 유명한 푸른빛 벽면에 펼쳐져 있다.
마티스는 1943년에 열두 달 동안 침대에서 가위, 풀, 그리고 핀을 이용해 컷 아웃 작품 20장을 만들어냈다. 이 컬러 판화 20점과 자기 생각을 담은 글을 합쳐 완성시킨 것이 바로 아티스트북 형식의 <재즈>다. 특히 태양을 향해 날다가 날개가 녹아 죽은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를 표상한 <이카루스>와 <늑대><칼을 삼키는 사람> 등 마티스의 애호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재즈>의 명작들이 줄줄이 걸려있다.
<재즈> 못지않게 전시를 특징짓는 중심은 마티스와 협업한 대가들의 아티스트북이다. 저 유명한 다큐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1952),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트리스탄 자라의 작품집 등 마티스가 삽화 작업을 한 다기한 아티스트북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스튜디오 공간을 재현한 첫번째 섹션 ‘마티스의 집’에 나온 1953년작 <아폴리네르(Apollinaire)>는 절친한 친구인 시인 아폴리네르에 헌정한 것이며, 두번째 드로잉 전시의 도록이자 마티스가 제작한 인물 석판화 11점이 수록된 에디션인 <비하인드 더 미러 제46호> 등도 작가의 작품 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4섹션 전시장 ‘메종 마티스’섹션에 나온 후대 작가들의 협업 도자기들. 색종이 커팅 작업과 석판화 등 마티스의 말년 작업을 모티브로 만든 멘디니, 아욘 등의 도자기 작품들이 나왔다. 씨씨오씨 제공
마티스의 색종이 커팅 이미지를 표지로 삼은 사진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1952). 세계 현대사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집의 걸작으로 꼽힌다. 씨씨오씨 제공
네번째 ‘메종 마티스’ 섹션도 주목할 만하다. 앙리 마티스를 기리며 그의 유산을 재해석하기 위해 4대손인 장 마튜 마티스가 2019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메종 마티스’의 후원으로 마련된 전시 영역인데, 마티스를 추종하는 알렉산드로 멘디니, 하이메 아욘, 브흘렉 형제 현대 아티스트들이 마티스 작품의 색감과 문양 등을 오마주해 만든 개성적인 화병 도자기와 식기 세트, 벽지 세트 등의 에디션이 나왔다. 특별전 전시장 말미에 딸린 미디어룸에서는 마티스가 러시아 화상 세르게이 슈추킨으로부터 의뢰받은 대표작인 <붉은방>(1908)의 화폭 이미지들이 생동하는 동영상이 되어 삼면의 벽으로 흘러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짜 아티스트북 소품과 석판화, 후대 작가들의 협업 작품 등이 잘 갈무리되어 작가 특유의 감각과 개성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시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12월 31일까지. 입장료 성인(만19세 이상) 1만8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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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도판 씨씨오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