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무 위의 군대>에 출연 중인 손석구. 엠피앤컴퍼니 제공
배우 손석구가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은 ‘가짜 연기’ 발언을 사과했다. 손석구는 자신을 비판한 선배 배우 남명렬에게 손편지를 보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방송된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은 사전 녹화한 배우 손석구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이런 사실을 전했다.
손석구는 “내가 평소에 배우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쉽게 쉽게 내뱉는 미숙한 언어, ‘야 너 왜 이렇게 가짜 연기를 하냐’ 이런 것들이 섞여지면서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문장들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충분히 그럴 만했고, 반성했고, (남명렬) 선배님께 손편지도 써서 사과했다”며 “선배님도 그걸 보시고 저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답장도 주셨고, 연극도 보러 오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명렬 배우가) 연극을 보시고 어떤 코멘트를 할지 궁금하다. 좋은 코멘트, 부정적인 코멘트 모두 있을 수 있지만 자양분이 될 것이다. 발전하는 물을 뿌려주실 거다”라고도 말했다.
앞서 그는 “내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던 10여년 전에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면서 간혹가다가 한 가지의 정형화된 정답에 가까운 연기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며 “진짜 그랬냐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당시에 내 옹졸함과 고집 때문에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그걸 계기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지난달 27일 진행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왜 그렇게 가짜 연기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 ”속삭이게 하려면 마이크를 붙여주든가 해야죠”라고 말했다. “연극만 하려고 했다”던 그가 영화와 드라마로 옮겨간 계기도 ‘가짜 연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그는 “다시 연극을 하면서 제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되는지 보고 싶었다”며 “연극을 위해 다시 연기 스타일을 바꾼다면 제가 연극을 하는 목적 중의 하나를 배신하는 거 아니냐”고도 말했다. 그는 320~350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이번 연극에서 마이크를 사용한다.
배우 남명렬은 손석구의 발언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한 뒤 “하하하, 그저 웃는다. 그 오만함이란”이라고 썼다. 이어 “진심으로 진짜 연기로 속삭였는데도 350석 관객에게 들리게 하는 연기를 고민해야 할 거다. 속삭여도 350석 정도는 소리로 채우는 배우는 여럿 있다”며 “모든 연기는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일진대 진짜 연기가 무엇이라 규정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많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 출연해온 배우 남명렬은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원로 배우 신구와 번갈아가며 ‘프로이트 박사' 역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해 ‘이해랑 연극상’을 받았다. 남명렬은 자신의 발언이 크게 보도되자 곧 페이스북에서 이 글을 삭제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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