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된 건청궁 곤녕합의 명성황후 왕비 생활실.
1895년 10월8일 고종의 비 명성황후가 일본 군인과 낭인들에게 시해된 현장인 서울 경복궁 권역 북쪽의 궁궐 건청궁이 15일 오전 일반관객들에게 열렸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날부터 다음달 18일까지 건청궁을 특별 개방하고 당시 궁중 생활상을 볼 수 있는 특설 전시회도 마련한다고 알렸다. 경복궁에 입장한 관객들은 따로 예약하지 않고 내부 공간을 전시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건청궁은 조선 26대 임금 고종(1852~1919)과 그의 비 명성황후(1851~1895)의 집무·생활공간이었다. 1865~1868년 고종이 경복궁 중건 공사를 벌인 뒤인 1873년 지어져 경복궁에서 가장 늦게 세운 궁궐 전각이다. 양반 사대부 주택 양식의 얼개를 지닌 궁궐로 1885~1896년 조선의 주요 국가 정책이 결정된 정치적 공간이자 을미사변이 벌어진 장소로 유명하다. 1887년 이땅에서 처음 인공전등을 밝힌 근대문물의 시발지로도 기억된다. 을미사변으로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뒤 빈 채로 방치되다 1907~1909년 사이 뜯겨나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건물은 2006년 복원한 것이다.
건청궁 추수부용루. 창호 너머로 향원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별개방 전시에서는 고종의 처소 장안당을 왕의 집무실과 생활실로, 명성황후의 처소 곤녕합을 왕비의 알현실, 생활실, 궁녀 생활실로 꾸며 선보인다. 각 방에서 용상, 문갑, 경대 등 당시 왕과 왕비의 생활상을 짐작하게 하는 궁중 생활유물들도 나왔다. 장안당 서쪽 누각인 추수부용루의 창호를 열어놓아 창밖 연못의 향원정 정자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입장마감 오후 3시40분). 16, 22, 29일과 다음달 5, 12일은 휴궁일로 문을 닫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