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케이-독스’ 수상자들 모습. 교육방송 제공
이제는 다음 주자가 나와야 한다. 음악과 드라마, 상업 영화까지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관심이 또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능, 뮤지컬 등과 함께 다큐멘터리도 그중 하나다. 한국 영상 문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자본을 만나 창의력을 마음껏 구현해냈던 것처럼, 다큐멘터리도 제작비 수급 등 환경이 안정화되면 더 좋은 작품이 많아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티브이와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시작하는 ‘제20회 이비에스(EBS) 국제다큐영화제’도 올해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에 더욱 힘을 실었다. 지난해 ‘케이-독스’(K-DOCS)를 마련해 피칭(일종의 제작 설명회) 방법부터 공동 제작, 사전 판매, 투자 및 배급까지 전 단계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총 6억원에서 8억1천만원으로 제작지원금과 작품 편수도 늘었다. 교육방송 쪽은 “고품질의 다큐멘터리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창작 생태계를 마련하고 한국 다큐멘터리가 전세계 플랫폼에서 유통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싶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교육방송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주관한다.
제작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기획 설명 방법부터 국제영화제 출품까지 돕는 경우는 드물다. 기획·개발이 30% 정도 진행된 다큐멘터리 11편을 선정하는 ‘케이-피치 프레시’에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 참가 지원으로 국제 경쟁력 향상을 돕는다. 국외에서 작품 설명 경험이 없는 신인 감독 및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국제 제작 역량 강화 교육을 하는 ‘케이-독스 아카데미’도 눈에 띈다. 그중 10편을 선정한다.
올해는 작품 편수를 늘려 글로벌 역량 강화에 더욱 주력했다. ‘케이-피치 프라임’에서는 전세계 플랫폼에서 유통될 수 있는 기획·개발 단계(30~50%) 작품을 6편 선정해 독립제작자와 방송 채널이 공동 제작, 배급에 나서고, 한국 감독 및 프로듀서가 제작하는 글로벌 다큐멘터리 작품을 지원하는 ‘하이-독스 피치’는 지난해 7편에 이어 올해는 9편을 선정한다. 교육방송 ‘다큐프라임’에서 방영될 방송용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커미셔닝 피치’(8편) 등 지원 방식이 다채롭다.
박봉남 감독 ‘철 까마귀’, 이승준 감독 ‘달팽이의 별’ 등이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 다큐멘터리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다. 1988년 시작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가 오랫동안 권위 있는 행사로 유지되어온 데에는 활발한 제작 지원 프로그램으로 끊임없이 좋은 다큐멘터리를 생산해낸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전세계 수많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모이는 그곳은 영화제이자 한편으로는 좋은 기획은 사고팔 수 있는 마켓(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방송 관계자는 “‘케이-독스’를 통해 지난해 다양한 작품이 선정되어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며 “꾸준한 지원은 국제다큐영화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