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때 그사람들’에서 집사 심상효 역을 연기한 고 조상건 배우.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타짜’(2006)의 ‘너구리’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조상건이 지난 4월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7.
고인의 조카 최재형씨는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4월21일 삼촌이 집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생전에 심장과 신장이 안 좋아서 치료를 받고 계시긴 했지만 차기작 출연 검토를 하시는 등 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가족끼리 장례를 치렀다”고 전했다.
1946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때 피난 와 서울에서 성장했다. 서울예술대 전신인 서울연극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1966년부터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손병호, 김병옥, 박희순, 임원희, 장영남, 유해진 등의 배우를 배출한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의 창립 멤버로 ‘춘풍의 처’ ‘태’ ‘자전거’ ‘불 좀 꺼주세요’ 등 30여 편의 연극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했다. 1986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1982년 영화 ‘철인들’을 통해 영화계로 활동무대를 넓힌 고인은 2001년 ‘신라의 달밤’에서 묵직한 저음의 형사 박 반장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때 그 사람들’(2005)에서는 중앙정보부 안가의 만찬장 집사 심상효 역할을 했고 ‘타짜’에서 정마담(김혜수)의 의뢰를 받고 평경장(백윤식)의 죽음을 조사하는 너구리 역할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역이었지만 주인공 고니 역을 맡은 조승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고인이 연기한 너구리를 꼽기도 했다. 1995년에는 한국방송(KBS) 광복절 특집 드라마 ‘그날이 오면’에서 주인공 백범 김구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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