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밀수’가 500만 관객을 돌파해 승기를 굳히며 여름 대작영화 경쟁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1000만 관객의 회복을 기대했던 영화계로서는 다소 맥빠지는 성적표다.
‘밀수’를 배급사 뉴는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30일 오전 7시에 이 영화가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범죄도시3’과 ‘엘리멘탈’에 이어 올해 3번째로 5백만 관객 달성 영화가 됐다. 이로써 ‘밀수’는 4파전이었던 경쟁작들 가운데 여름 영화 승자로 자리를 굳혔다. ‘더 문’은 51만명, ‘비공식작전’은 105만명을 모으면서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로 일찌감치 짐을 쌌고 가장 늦게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만 개봉 3주 동안 337만 관객을 모으며 40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승패는 판정이 났지만 2강 2약 구도라고 말하기도 머쓱한 결과다. 올여름 승자인 ‘밀수’의 손익분기점은 400만명으로 극장가 최고 대목인 예전 여름 시장 같으면 가까스로 평타를 쳤다고 평가할 수준의 성적이다. 코로나 발생 전이었던 2019년 여름에는 ‘엑시트’가 943만명, 2018년 여름에는 ‘신과 함께: 인과 연’이 1227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코로나 여파가 아직 남아있던 지난해 여름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한 ‘한산: 용의 출현’도 726만명을 모으는 등 여름 주요 한국영화 네 작품의 전체 관객수는 1521만여명이었다. 한참 개봉 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 관객이 50만명가량 늘어난다고 해도 올해 여름 한국영화 관객수는 1000만명을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영화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같은 시기 평균 매출의 70% 정도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달리 베트남과 중국 극장가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미국은 7월 초까지 코로나 이전 대비 80%에 머물던 매출이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쌍끌이 흥행을 하면서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기대했던 여름 성수기에 뚜렷한 회복세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극장뿐 아니라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들까지 장기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 극장가의 진짜 승자는 누구일까? 6월14일 개봉 뒤 역주행으로 7~8월에만 536만여명의 마음을 홀리는 데 성공한 ‘엘리멘탈’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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