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원작과 보테로가 1959년 그린 패러디 그림 ‘모나리자, 12살’. 한겨레 자료사진
‘행복한 뚱보들의 작가’. 그의 별명이었다.
통통하게 부풀린 인물·동물 군상들의 해학적 그림과 조각상으로 세계적 인기를 누렸던 콜롬비아 출신의 원로작가 페르난도 보테로가 15일(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살. 현지 언론들은 보테로가 이날 모나코 자택에서 폐렴 등의 지병으로 숨졌다는 부음을 그의 딸이 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고인은 1932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삼촌의 권유로 투우사 학교를 다니다가 미술에 심취해 지역신문 삽화가로 일했으며, 1948년 첫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19살 때 전람회에 입상해 받은 상금으로 유럽 미술관의 명작들을 기행하면서 서구 고전미술 전통에 중남미 예술의 환상성과 풍자정신이 융화된 특유의 화풍을 정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벨라스케스 등 서구 거장의 명화 속 인물들의 몸과 얼굴을 풍선이 부푼 것처럼 묘사한 패러디 작품들과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비슷한 구도의 과장된 몸체와 몸짓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미국과 유럽 등의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15일 별세한 콜롬비아 출신의 미술가 페르난도 보테로. AP/연합뉴스
특히 그가 1959년 다빈치 걸작 ‘모나리자’의 여인상을 통통한 소녀상으로 패러디해 그린 ‘모나리자, 12살’은 2년 뒤 미국 뉴욕 모마미술관이 사들이면서 그를 세계적인 대가로 격상시킨 출세작이 됐다. 한국에서도 보테로의 해학적인 인물군상 그림들은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작가가 참석한 개인전이 열렸고, 1990년대 이래 여러 화랑에서 크고 작은 전시회가 종종 마련되곤 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전통과 결점을 아우른, 미덕의 화가가 세상을 떠났다”며 추모의 글을 남겼고, 고향인 메데인시는 7일 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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