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능선에서 내려다본 경남 합천 옥전고분군의 풍경. 다라국 지배자의 무덤떼들로 2019년 여름 촬영한 사진이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제공
4~6세기 영호남 지역의 가야 소국 지배자들이 묻힌 큰 무덤떼를 일컫는 가야고분군이 한국의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0일 개막해 17일 오후(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속행된 45차 회의를 통해 이날 안건으로 올라온 ‘가야고분군’(Gaya Tumuli)의 세계유산 등재를 최종 확정했다.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가야고분군’은 한반도에서 펼쳐졌던 고대 문명 ‘가야’의 무덤 문화를 대표하는 7개 지역의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을 지칭한다. 7개 고분군은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이다.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영호남 가야고분군 7곳의 위치를 일러주는 설명지도. 문화재청 제공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유네스코 공식 누리집을 통해 “가야고분군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의 핵심적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는 평가 근거를 공개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와 함께 7개 고분군 내부의 민간 소유 땅을 확보해 유산 보호 노력을 지속하고 유산과 완충구역, 특히 창녕 교동 고분군과 송현동 고분군 사이로 난 도로로 인한 영향을 완화하도록 하며, 7개 고분군 전 지역에 대한 홍보 전략 개발과 통합 점검(모니터링) 체계 구축, 지역공동체 참여 확대에 대한 사항도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박완수 경남지사(오른쪽 두번째), 최응천 문화재청장(가운데), 이철우 경북지사(왼쪽 두번째) 등 관계자가 17일(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가야고분군’ 등재 결정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10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2021년 1월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유네스코 자문·심사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의 현지 실사 등을 거쳐 올해 5월 이코모스의 ‘등재 권고’ 의견을 받았고 17일 등재 결정으로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방자치단체,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 힘을 합쳐 이뤄낸 결과”라며 “세계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할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라가야 지배층이 묻힌 무덤으로 추정하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의 일부 모습. 문화재청 제공
비화가야 지배자들이 묻힌 경남 창녕 송현동·교동 고분군을 위에서 부감한 모습. 문화재청 제공
세계유산은 1972년 채택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각각 심사해 결정한다. 한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은 ‘가야고분군’의 등재로 모두 16건(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이 됐다. 1995년 12월 경북 경주 석굴암·불국사,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서울 종묘가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처음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1년 7월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오르면서 15번째 세계유산으로 기록된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