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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따거’ 주윤발 클래스는 영원하다

등록 2023-10-05 15:54수정 2023-10-06 17:04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주윤발
홍콩 배우 주윤발(저우룬파)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배우 주윤발(저우룬파)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거!” “따거!”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영원한 따거’(형님) 주윤발(저우룬파)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2009년 ‘드래곤볼 에볼루션’ 국내 개봉 이후 14년 만의 내한이다. 4일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주윤발은 “배우생활 50년을 맞은 해에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케이엔엔(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시종 유쾌하면서도 내공 깊은 삶의 철학을 드러내며 ‘따거’로서 부족함 없는 면모를 보여줬다.

부산에 도착한 뒤 매일 해운대 앞바다를 10㎞씩 달리고 있다는 주윤발은 “60살이 되면서 나는 영화인이 아니라 마라토너로 살고 있다. 부산에서 공개하는 신작 ‘원모어 찬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운동선수로 아예 직업을 바꿀지도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웅본색’.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웅본색’.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가 농담처럼 자신을 영화인이 아닌 마라토너로 소개한 데는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 정부의 영화산업 간섭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녹아있다. 홍콩 영화계가 계속 침체를 겪는 데 대해 그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시나리오도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힘들다. 많은 영화인이 애를 쓰고 있지만 검열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홍콩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던 1980년대, 수많은 10~20대들이 성냥개비를 질겅질겅 씹고 다니며 ‘영웅본색’(1987)을 흉내낼 정도였다. 그 황금기는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가 이어받았다. 주윤발은 한국영화의 세계적 경쟁력도 지금의 홍콩영화가 빼앗긴 “창작의 자유에 있다”며 “종종 한국영화를 보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다룰 수 있다고?’ 싶어 놀란다. 창작의 자유가 영화의 소재를 넓히고 수준 높은 작품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주윤발은 1980년대에 한국·홍콩 합작영화를 찍으며 서울과 제주도 등 한국에서 몇달 동안 머물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홍콩 스태프들은 중국식을 찾는데 나는 매일 갈비탕에 밥 말아서 김치와 먹었다”며 “남대문 쪽에 머물 때는 매일 밤 번데기를 사러 나갈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했는데 단 하나 한국의 추위만큼은 적응이 안됐다”고 추억했다.

2018년 8000억원이 넘는 재산 전부를 기부하기로 해 팬들을 감동하게 했던 그는 이에 대한 질문에 “아내가 결정해서 나는 얼마나 기부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 힘들게 번 돈이잖나?”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긴 뒤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갈 때 빈손으로 가도 상관없다. 나는 매일 흰 밥 두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팬들의 식지 않는 사랑에 대해 “지금은 내가 이 자리(무대)에 앉아 있어 스타 대접을 받고 대단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 자리를 벗어나면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고 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주윤발의 신작 ‘원 모어 찬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주윤발의 신작 ‘원 모어 찬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주윤발은 홍콩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1973년에 방송국 연기학교 들어가 1년 동안 수업을 듣고 텔레비전 드라마로 배우 이력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공부를 많이 못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했다.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세상을 나에게 가져다준 게 영화다.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고 말했다.

애착이 가는 인생작 3편으로 ‘영웅본색’ ‘첩혈쌍웅’ ‘와호장룡’을 꼽는 그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하고 싶다”며 “주름 가득한 늙은이를 연기하라고 해도 기꺼이 하겠다.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늙고 주름지는 것, 이게 인생이지 않나”라고 했다.

부산/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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