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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평생 꿈꿔온 젊은 그대여

등록 2023-10-12 14:09수정 2023-10-13 02:51

데뷔 45주년 기념 공연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막이 오르자 10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커다란 무대를 꽉 채운 규모에 압도된 듯 관객들은 “와” 하고 가벼운 탄성을 질렀다. 지휘대에 선 이는 연미복 차림의 가수 김수철. 자신의 데뷔 45주년을 맞아 11일 이곳에서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큰판을 벌였다.

신시사이저 전자음이 잔잔하게 공연장을 감싸더니 태평소의 찌르는 듯한 고음이 치고 들어왔다. 가야금을 뜯고 활로 켜는 소리가 합세하고, 동서양 타악기가 일제히 사자후를 토해냈다. 김수철이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으로 만든 ‘도약’이 ‘꿈의 무대’ 문을 열었다. 40여년 전부터 국악을 연구하고 대중음악과 현대음악에 접목해온 그가 평생 꿈꿔온 순간이다.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무대는 세계 최초다.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김수철이 노래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김수철이 노래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오늘 이 무대를 15년 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기업 후원을 받지 못해 결국 자비로 했습니다. 저는 우리 국악도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걸 알리고자 40년 넘게 국악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오늘 여러분도 재미와 감동을 느꼈으면 합니다.”

이날 오후 3시와 7시30분 두차례 연 공연 제작비는 1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낮 공연은 전석 소방관, 경찰, 환경미화원, 우편배달원 등 무료 초대 관객으로 채웠다. 그는 “여러분이 제 음악을 들어주셔서 돈도 벌고, 밥도 먹고, 국악 실험도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보답하는 것이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시는 분들에게 응원과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팔만대장경’ 1악장 서곡 ‘다가오는 구름’, 영화 ‘서편제’ 오에스티(OST) ‘소리길’과 ‘천년학’ 연주가 이어졌다. 영화음악을 연주할 땐 ‘서편제’ 명장면이 무대 뒤 대형 화면에 펼쳐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주제곡 ‘소통’을 연주할 때 그는 거의 춤추듯 손을 뻗고 껑충 뛰며 지휘했다. 곡마다 지휘를 마치고선 거친 숨을 몰아쉬고 땀을 닦았다.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김수철(오른쪽)과 김덕수가 ‘기타산조와 장구’를 연주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김수철(오른쪽)과 김덕수가 ‘기타산조와 장구’를 연주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직접 기타를 매기도 했다. 국악기 대신 전기 기타로 연주하는 ‘기타산조’를 창시한 그는 이날 사물놀이 거장 김덕수의 장구에 맞춰 신들린 무대를 선보였다. 둘이서 눈빛을 맞추며 기타와 장구 소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목은 가히 명인의 경지였다. 100인조 오케스트라 몫을 단둘이서 해냈다.

김수철은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대중음악계에서도 큰 공적을 쌓았다. 이날 그의 부름에 기꺼이 달려온 동료 가수들이 존경을 담아 히트곡을 대신 불렀다. 성시경의 ‘내일’, 화사의 ‘정녕 그대를’, 이적의 ‘나도야 간다’, 백지영의 ‘왜 모르시나’, 양희은의 ‘정신차려’를 들으며 관객들은 시간여행을 했다.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마지막엔 김수철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날아라 슈퍼보드’, ‘못다 핀 꽃 한송이’에 이어 ‘젊은 그대’를 부를 땐 관객들도 일어나 춤을 추고 ‘떼창’을 했다. 악기 연주 없이 가만히 앉아 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흥에 겨워 손뼉을 치고 몸을 흔들었다. 금빛 트롬본들이 리듬을 타고 좌우로 까딱거리며 춤췄다.

김수철의 악상은 100개의 악기를 타고 동서양을 아울러 모두에게 소통의 길을 텄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의 위대한 성취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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